1609th prescription_인간관계의 안전거리가 궁금합니다

N님 : 

요즘은 인간관계에 대한 이런저런 고민들을 합니다. 남사친이 많지 않은데, 남녀 사이에 친구 관계가 존재할까요? 지인 혹은 우연히 알게 된 사이에, 제가 적극적으로 응대하지 않아도 별 의미없는 연락을 계속 하는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모르겠어요. 전 상대에게 인간적인 관심도 없고 같이 밥 먹고 싶지도 않은데, 상대는 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인간관계에서 적정한 안전거리는 뭘까요. 어렵습니다. 





















(위는 요약내용입니다.)










N님, 엘입니다. 

사람마다 인간관계에 대한 느낌과 기준은 다 다릅니다. 모두 각기 다른 기준으로 친구를 사귀고 가족과 생활하고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합니다. 누가 맞고 누가 틀리고 평균적으로 어떻고 보통스런 기준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상식과 타인이 알고 있는 상식은 매우 다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당장의 이 관계에서 서로가 어떻게 다른지만 생각하면 됩니다. 

얼마나 같은지 어떻게 다른지, 한발짝 다가가 보면 보입니다. 그래도 안 보이면 물어보면 답이 나옵니다. 불편하면 멀어지면 됩니다.  

N님의 원칙만 생각하세요. 

할 수 있는 한, 모든 관계에서 존중과 예의의 태도를 언제나 일정하게 유지할 것. 나의 존엄을 해치는 상황이 닥치면, 언제라도 항의하고 사과를 요청하고 최선의 방법으로 자신을 보호할 것. 내가 누군가를 다치게 하거나 상처주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 

사람은 약한 개체를 지배하거나 이용하거나 상처주며 살 수 있습니다. 사회가 건강하지 않으면, 개인도 건강하지 못한 방법을 세상의 이치라고 납득하며 배워왔던 폭력적인 관계를 반복합니다. 때문에 내가 비교적 안전하게 살기 위해서는, 인간성을 고민하고 안전거리를 계산하고 내 기준을 기억해야 하죠. 

추상적인 얘기 같지만, 구체적으로 풀어내면 사실 별 것 아닙니다. 

원치 않는 연락은 거부하세요. 상대가 나를 다양한 관계 가능성을 가진 인간으로 대하는 게 아니라, 오직 연애 대상으로만 볼 때는 내가 멀어지면 됩니다. N님은 친구로도 그다지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아, 라고 이미 자신의 답을 가졌잖아요. 그렇다면, 연락하지 말아주세요, 라고 말씀하시면 됩니다. 이유를 일일이 설명할 필요도 없습니다. 내가 싫다는데, 상대를 납득시킬 의무는 없습니다. 

물론, "왜 안 만나줘" 라고 상대가 따질 수도 있으니까, 여성이 자신의 의사를 밝히는 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관련 뉴스 검색 결과) 제가 다루는 많은 상담 케이스에서, 남성들은 거절을 당할 때 폭력적인 생각을 하고 분노를 표출하기도 합니다. 그들이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상담으로 분노를 소화하는 과정을 진행하면서 항상 생각합니다. 누가 이들을 거절과 거부를 수용하지 못하는 인간으로 만들었을까요. 인간관계의 자연스러운 과정을 납득하고 삶의 유한함에 적응하는 건, 누구에게나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N님이 그들의 사정을 고민할 필요는 없습니다. 

살다 보면, 어쩌다 연락처를 알게 되었다고, 어쩌다 차 한 잔 같이 마셨다고, 나에게 번쩍이는 호기심의 눈빛을 보이며, 유쾌하지 않은 연락을 거듭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들이 나를 목적적 대상으로 보는지 아닌지는,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내가 받았을 때 반갑지 않으면 대부분은 내가 관계를 이어가고 싶은 사람들이 아니죠. 

그저 존중과 예의의 태도로, 연락하지 말라고 하시면 됩니다. 혹은, 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네시면 됩니다. 이걸 넘어서 또 연락오시는 분들은 극히 드물거든요. 

한편, N님이 친구가 되고 싶은 사람들은, 그들에게서 연락이 오면 반갑고요, 안부가 궁금하고요, 가끔 생각이 나고, 조만간 차 한잔 하자, 라고 말하고 싶어집니다. 그와 내가 무슨 사이일까, 고민할 필요도 없죠. 친구일 테고, 아직 안 친하지만 친해지고 싶은 지인일 테고, 함께 하는 목적이 있는 파트너일 테죠. 

더 친해지고 싶은 사람한테는 먼저 차 마시자고, 밥 먹자고 하시면 됩니다. 우리 친구 하자, 라고 말씀하시면 됩니다.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남녀 사이에 친구가 있냐고요. 친구가 뭐길래, 성별 따지고 나이 따지고 계층 따질까요. 이성을 대할 때, 무조건 연애 대상, 결혼 대상, 성적 대상으로만 봐야 할까요. 애초의 내가 대하는 그 이성이 연애 지향이 없는 사람이면 어쩌고 동성애 지향이면 어쩔라고요. 사람은 남자도 여자도 그냥 다 똑같은 사람입니다. 내가 친구 되고 싶은 사람이 남자일 수도 여자일 수도 있죠. 강아지가 될 수도 있고, 고양이가 될 수도 있고, 온라인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상상의 친구일 수도 있고, 하늘에 뜬 달이 될 수도 있죠.   

'친구'의 바운더리 안에 N님이 넣고 싶은 건 뭐든지 넣으시면 됩니다.

친구 없으면 어때요. 친구는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어요. 처음 본 사이지만 오늘부터 친구일 수도 있고, 평생 봐 왔지만 오늘부터 영영 못 만나는 친구도 있어요. 가족도 마찬가지입니다. 연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부도 그런 걸요. 부모자식도 그런 걸요. 서로를 해치게 되면 없느니만 못 하죠. 

관계는 언제나 양날의 칼입니다. 나를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죠. 그래서 상호존중이 중요하고 예의가 필요합니다. 사랑받는 만큼 사랑을 누려야 하고, 사랑하는 만큼 마음을 표현해야 하죠. 마음을 주고 받을 때는 언제나 균형을 고민해야, 마음의 집을 예쁘게 튼튼하게 지을 수 있습니다. 

내가 어떻게 마음의 집을 하나하나 지어내나, 스스로를 돌아보기도 하세요. 사람마다 마음의 집은 다른 모양입니다. 평균, 보통, 남들같은 건 생각하지 마세요. N님 잘 생각하고 선택하면 언제나 정답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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