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클리셰 스터디 5 : 셀프 후려치기/ 너의 진실은 어디에


 

: 본 칼럼에서는 다양한 텍스트들을 통해, 픽션이 보여주는 연애의 법칙들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현실의 연애가 얼마나 다른지 차근차근 짚어봅니다.


: 상처와 고통을 겪기 전에 미리 알았다면 좋았을 것들을, 하나라도 얻어간다면 좋겠습니다.


: 주의! 드라마 자체를 비판하기 위한 글은 아닙니다. 때문에 드라마에 대한 정보는 없습니다.

 

TEXT: [운빨로맨스 제 9]

 

내 선택이 아닌 운명이어야 하는 연애. 과연 건강한 걸까요. 오늘은 자존감 낮은 연애인들의 서툶이 운명이라는 변명으로 승화되는 로맨스 클리셰를 정리해봅니다. 끌림을 아무리 부정하고 밀어내도, 운명이기 때문에 두 사람은 어쩔수 없이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 자신이 선택하지 않는데 저절로 이루어진다는 운명적 사고관은 현실 연애에 항상 해롭습니다. 운빨로맨스 9화에서 살펴볼게요.

 

 

[클리셰 9 : 셀프 후려치기]

 

: 여주는 절친과 대화합니다. 친구는 회사 워크샵을 함께 가자고 하죠. 그런데, 여주는 그럴 마음의 여유가 없다고 합니다. 여주는 가족의 불행을 줄줄이 복기하며 자신 역시 앞으로 계속 불행해야 한다고 생각하죠.

 

: 늘 피곤한 직장인의 삶에 찰나의 여유가 얼마나 고픈가요. 그런데도 그걸 거절합니다. 거부하고 거절해도 운명처럼 사랑이 찾아온다, 그 사람이야말로 나를 불행에서 구원한다, 라는 극적 감동을 장치하기 위해, 드라마에서 그녀는 언제나 불행을 먼저 선택하죠.

 

: 행복해질 자격 따위 없습니다. 그런데도 여주는 자격이나 처지를 운운 합니다. 난 즐겁고 좋고 행복한 걸 누릴 자격이 없다, 라고 자신을 매우 적극적으로 평가절하 하는 일은 드라마에서 너무나 자주 일어나요. 참으로 보기 불편하죠. 여기에 감정이입 하면 지는 거야.

 

 

[실제 상황]

 

: 자신을 좋아하고 긍정할 수 없는 많은 청춘들이, 자존감 낮은 주인공을 코스프레 합니다. 그와 난 아니야, 난 행복해질 수 없어, 난 그 사람을 좋아할 수 없어, 라고 말합니다. 옛날 중국에서는 영아들이 많이 죽었기 때문에, 아기가 장수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아이가 못 생겼느니 어쩌니 하며 일부러 험한 말을 했다 합니다. 삶의 행복과 불행이 자신의 말과 반대로 이루어지길 바라는 못난 기도죠.

 

: 연애가 막상 시작되었을 때도 너무나 흔하게 하는 실수입니다. 관계에서 오는 즐거움을 즐기지 못하고 내가 이 행복을 누릴 자격이 되나 의심하느라 현재를 살지 못합니다. 더한 불행을 상상하느라 즐거워도 즐거운 줄 모르죠. 타인의 호의와 호감을 불편해하느라 스트레스 받습니다.

 

: 하지만, 내가 내 인생을 후려치기 시작하면, 남들도 얼씨구나 나를 후려칩니다. 세상의 폭력은 연약한 쪽으로 흐르기 쉽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과 반대로 얘기한다고 사랑이라는 구원은 찾아오지 않습니다. 애초에 사랑과 구원은 별개의 카테고리고요. 연애는 선택, 구원은 셀프. 잊지 마세요.

 

 

[대안행동]

 

: 누군가와의 새로운 관계가 예상할 때, 아니 기대될 때, 우리는 좋은 기대를 선택하고 싶습니다. 원하는 대로 표현하세요. 그래도 됩니다. 그래야 합니다. 인생을 살다 원하는 게 생기면 적극적으로 추구하세요. 내가 내 안의 목소리를 무시하면, 온 세상이 함께 나를 무시하기 시작하죠.

 

: 가족의 불행을 자책하며 자신의 가치까지 셀프 후려치기 하는 일은, 최악의 선택입니다. 못난 사람 역할을 하면 남들도 나를 못난 사람으로 봅니다. 아니야, 너는 정말 가치 있어, 넌 사랑 받아야 해, 넌 정말 아름다워, 넌 정말 멋진 사람이야, 라는 말을 듣고 싶다면, 스스로 그렇게 믿어야 합니다.

 

: 어차피 대부분의 연애가 이별로 끝나죠. 어차피 끝날 건데 오늘만 행복하자는 마음으로 맘껏 즐기는 편이 즐겁습니다.

 

 

[클리셰 10 : 너의 진실은 어디에]

 

: 마치 아무 일도 아닌 듯, 세상없이 쿨한 캐릭터인 듯, “나 좋아해요?” 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는데, “아닙니다.” 라고 딱 잘라 부인하는 남주. 하지만, 우리는 모두 알아요. 남주가 이미 여주에게 푹 빠진 걸 알죠.

 

: 누가 누굴 얼마나 좋아하는지, 언제부터 좋아하게 된 건지, 앞으로 얼마나 좋아하고 사랑하고 싶은지, 주인공들은 서로의 마음을, 자신들의 미래 연애를 매우 관심있어 하죠. 하지만, 그들은 절대로 제대로 질문하지 않아요. 정말 알고 싶어하면서도 제대로 질문하지 않고 제대로 답변하지 않아요. 안 그래도 어차피 운명처럼 사랑은 이루어질 테니까.

 

: 이 클리셰는 거짓은 참, 참은거짓이라고 가르쳐줍니다. 정말일까요.

 

 

[실제 상황]

 

: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로 솔직할 수 없는 상황이나 속내는 참으로 많습니다. 불순한 의도를 갖고 이성에게 접근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안전하지 않은 낯선 사람은 분명히 있습니다. 나를 그들의 목적대로 이용하기 위해, 거짓 대신 참을, 참 대신 거짓을 진술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아니라고 하면 아니라는 말을 믿어야 합니다. 그래야, 안전사고가 일어날 때 자책하지 않을 수 있어요.

 

: 구체적으로는 맞닥뜨릴 수 있는 참/거짓의 진술 패턴은 이래요.

 

= 참 패턴 : 그래, 난 널 좋아해. 그런데, 너도 내 상황 알잖아. 나 내 마음 접을게. 지금까지 헷갈리게 했다면 미안해. 널 안 좋아하도록 노력할게. 그런데 그게 잘 될 지 모르겠다.

 

참 패턴의 뉘앙스는 당신에게 이렇게 말하죠. 내가 이렇게 어려운 상황이지만 너만 좋다면 난 너와 연애놀이 할 수 있어. 만약 당신이 이런 속뜻을 상상하며 미끼를 덥석 물면, 썩은 고기입니다.

 

= 거짓 패턴 : 아니야. 설마 지금까지 그런 오해를 하고 있었다니, 나도 놀랐어. 그래, 나도 뭔가 잘못한 것 같아네가 나한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어. 사실 난 소중한 사람이 있어. 너한테 굳이 말할 필요가 없어서 말 못한 건데, 나도 모르게 너한테 실수를 하고 있었나 봐.

 

거짓 패턴의 뉘앙스는 이렇게 암시합니다. 나도 내 마음 몰랐는데 내 마음은 널 향하고 있었나 봐. 내가 지금 널 만날 상황은 아닌데, 만약 니가 내 마음을 일깨워준 거고 내 상황을 감안해 준다면, 나도 모험을 할 의향이 없는 건 아니야. 만약 당신이 이렇게 유추해서 설레기 시작하면, 역시나 조만간 울화통으로 심장 터질 일입니다.

 

 

[대안행동]

 

: 날 좋아한다 해도, 싸한 느낌이 들면 내 느낌이 맞아요. 날 싫어한다 하면, 관계를 거절했단 뜻이므로 그 사람의 말이 맞아요. 분명히 행동으로는 눈빛으로는 문자나 카톡으로는 나에게 친절하고 다정하고 뭔가가 있는 것 같은데, 결정적인 부분에서 부인한다면 원론적으로 그 관계는 안 됩니다.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 상대가 감정을 부인한다면, 책임지지 않기 위해서 아니라고 말하는 마지막 양심입니다. 아니라면 좀 믿어줍시다. 그리고, 호의와 호감을 줄줄 흘리는 헤픈 짓 하지 말라고, 지적질을 해줍시다.

 

: 건강한 연애는, 솔직할 수 있는 사람들끼리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합니다. 사연 있는 사람, 상황 복잡한 사람, 금방 연애하고 금방 헤어지는 패턴을 가진 사람, 늘 표현이 허허실실 하는 사람, 늘 극단적인 사람은 되도록 걸러내는 게 좋겠죠. 알아듣기 쉬운 표현을 하는 사람과 만나면, 코드가 맞고 대화도 통하고 연애해도 즐거워요. 사귀기도 전에 이게 뭔가 저게 뭔가 헷갈리는 기간만 끝없이 늘어난다면, 분명히 좋은 관계 못 돼요.

 

, 오늘은 여기까지 정리해봅니다.

 

내 고단한 삶을 연애로 보상받는다는 생각은 참으로 순진한 로망이죠. 물론, 새로운 사람과의 의미있는 사랑이 나의 상처와 고통을 경감시켜 줄 수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새로운 관계는 새로운 희로애락의 시작일 뿐입니다. 관계의 의미는 각각 완결됩니다. 현재의 관계는 과거의 관계를 보상하기 위해 이루어질 필요가 없습니다.

 

치유와 성장은 셀프입니다. 그 재료로 내 현재의 관계가 사용 될 수있습니다. 주의하세요. 관계가 당신을 구원하는 게 아닙니다. 당신이 관계로 자신을 구할 수 있습니다. 주체가 달라요. 어려운 얘기 아니니 이해하시겠죠.

 

운빨로맨스에서만 발견한 클리셰가 너무 많아서, 다른 드라마를 리뷰할 수가 없네요. 요즘은 다들 어떤 드라마 보시나요. 그럼, 다음 이 시간에 또 만납시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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