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클리셰 스터디 10 : 버럭버럭 자격증

 

: 본 칼럼에서는 다양한 텍스트들을 통해, 픽션이 보여주는 연애의 법칙들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현실의 연애가 얼마나 다른지 차근차근 짚어봅니다.


: 상처와 고통을 겪기 전에 미리 알았다면 좋았을 것들을, 하나라도 얻어간다면 좋겠습니다.


: 주의! 드라마 자체를 비판하기 위한 글은 아닙니다. 때문에 드라마에 대한 정보는 없습니다.

 



TEXT: [함부로 애틋하게 제 1 + 2]

 

오늘은 주인공들의 전형적인 캐릭터 설정에 대해 알아봅니다. 드디어 텍스트를 바꾸어서 [함부로 애틋하게] 입니다. 흔한 남자 주인공의 폭력적 애티튜드와 흔한 여자 주인공의 나약한 건강상태에 대해서 차근차근 짚어봅시다. 남자라서 이렇고 여자라서 저런 것이 아닐 텐데, 로맨스를 겪는 커플들은 어찌나 하나같이 비슷할까요.  


*** 드라마 일부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해주세요! ***

 

 

[클리셰 22 : 버럭버럭 자격증]

 

신준영(김우빈 분)과 노을(수지 분)은 어린 시절의 일부를 공유하는 지인 사이이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탑스타와 방송 PD라는 신분으로 만났습니다. 서로 계약 전이니까 아직 갑을관계 아니고, 갑을관계여도 어느 한쪽이 상대에게 함부로 할 자격이 생기는 것도 아니지만, 어김없이 남자주인공은 다짜고짜 버럭댑니다.

 

너 나 몰라?”

 

신준영은 버럭버럭! 화를 내면서 말하죠. 그것도 반말로요.

 

알아. 이 개자식아.”

 

노을은 욕설을 쓰지만 조용하게 대답하네요.

 

신준영이 버럭대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일단 그는 분노조절장애가 있고요, 극 중에서 곧 죽는 병에 걸려서 자신의 불행에 화가 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버럭대도 자신에게 아무런 불이익이 없기 때문에 버럭댑니다.

 

남주의 버럭버럭하는 거친 말투는, 서로가 사랑을 확인한 후 감지덕지한부드러움으로 바뀔 거라는 기대를 반영하며, 마치 긍정정인 남성 특징인 것처럼 묘사됩니다.


 

[실제 상황]

 

: 버럭대는 사람 앞에서 불쾌하지 않을 사람 있을까요. 탑스타든 한류스타든 누가 내 앞에서 위압적인 태도로 버럭댄다면 거기서 공포와 당혹감을 느끼지 않을 사람, 드물 겁니다. 아무리 첫사랑이라도아무리 인기스타라도, “어머, 상남자 포스, 멋져!” 라며 반하지 않습니다. 누가 나 무시하면 화 납니다. 이게 진실입니다.

 

: 관계 초기에는 서로 거친 표현들을 주고 받지만, 나중에는 절절한 사랑에 빠진다는 클리셰를 버리세요. 애초에 나한테 버럭대는 사람하고는 대부분 사귈 생각조차 않습니다. 어쩌다 사귀었다 해도, 연애 초기에 쌍욕하면, 만나면서도 쌍욕하고, 헤어질 때도 쌍욕하며 헤어집니다. 퍽도 아름다운 연애겠다 그쵸.

 

 

[대안 행동]

 

: 과거 첫사랑이고 동창생이고 죽고 못 사는 사이였어도, 세월 흘러서 만나면 어색합니다. 자신의 인기와 재력만 믿고 함부로 반말 찍찍 하면 무식하기 이를 데 없는 애티튜드죠. 누가 나에게 소리를 지르며 버럭버럭 한다면, 상대의 무례함을 먼저 짚어주어야, 자신의 존엄을 지킬 수 있습니다.

 

: 만약 당신이 오랜만에 첫연애 상대를 만났는데 상대가 모르는 사람인 척 한다면, 반드시 이렇게 운을 뗍시다. “혹시 저 기억 안 나세요?” 공손하고 예의바르게 존댓말로 물어보세요. 만약 당신이 분노조절장애나 시한부 인생이라 해도 설명없이 버럭대는 순간, 상대는 , 얘가 이런 개새끼라서 헤어졌었지.’ 하고 단박에 납득할 거예요. 모른 척 하는 이유가 따로 있겠습니까. 아는 척 해서 이득 될 게 없다 판단해서예요.

 

: 인기나 명성, 상처나 아픔, 권력, 특히 남자 고추 달고 나온다고 아무한테나 버럭버럭하면 안 됩니다. 당신이 어릴 때 아무데서나 버럭대지 말라고 아무도 안 가르쳐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이 먹었으니 이제는 스스로 깨칠 때도 되었죠.

 

 

[클리셰 23 : 쓰러지는 그녀]

 

: , 이곳은 병원입니다. 한국 드라마에는 반드시 나오죠, 병원. 병실 베드 위를 보세요. 카메라는 완벽하게 한 듯 안 한 듯한 메이크업을 하고 누워있는 여자주인공의 얼굴을 클로즈업하죠. 여린 그녀, 아픈 그녀, 부서질 듯 애틋한 그녀, 청초하고 아름다운 그녀, 심신미약 상태의 그녀, 남자가 구해주어야 하는 그녀, 아파도 아픈 척 안 하는 장한 그녀, 노을입니다.

 

: 비틀거리며 걷던 여주는 남주 앞에서 풀썩 쓰러지고, 금방까지 지랄하던 남주가 허둥대며 그녀를 구하러 가죠. 우리는 여주를 극한까지 몰아붙여서 토하고 쓰러지게 만든 장본인이 남주라는 것도 잊고, 쓰러진 여주에게 달려가는 남주에게 표현은 거칠지만 속은 따뜻한로맨스 코드를 읽어야 합니다. 굳이 반대로 표출된 그것을 말이죠

 

: 여주는 드라마 내내 자꾸만 넘어지고 쓰러지고 기절하고 만취하고 쉽게 심신미약 상태로 접어듭니다. 여주가 아프고 넘어지고 쓰러지는 클리셰는 전통이 깊습니다. 너무나 많은 로맨스 드라마에서 여주가 무릎에 피를 흘리거나 멍이 드는 정도를 가볍게 생각합니다. 허둥대며 넘어져서 귀엽고, 깜짝 놀라 부딪혀서 귀엽고, 일부러 밀어붙였는데 다쳐서 귀엽습니까. 걸음마 정도는 제대로 익힌어른이들의 연애를 보고 싶습니다.

 

 

[실제 상황]

 

: 가녀린 여성이 정신줄 놓고 쓰러지면 나비처럼 나풀대며 꽃잎처럼 내려앉을까요. 인간의 육신이 그렇게 그림처럼 샤랄라 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사람이 의식 잃으며 쓰러지면 발목, 무릎, 허리가 다 나갑니다.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휘청거리다 쓰러지면 어떻게든 자신의 몸을 지키려 주변 사람이나 사물을 붙잡다가 같이 무너지죠. 땅을 짚다가 손목도 나가고 손바닥도 나갑니다. 뒤로 넘어지면 머리도 깨지고 엉덩이뼈도 깨지죠. 앞으로 넘어질 때 얼굴로 넘어지면 코나 광대도 깨집니다. 아스팔트에 긁긁 흉한 찰과상 생기는 건 덤이죠.

 

: 순발력이 뛰어난 사람이 옆에 있으면 넘어지는 무게를 예상하고 받아줄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하지만, 근력이 없는 사람은 함께 무너지고 다치죠.

 

 

[대안 행동]

 

: 내가 평소에 자주 쓰러진다는 걸 안다면, 가장 먼저 제 몸을 보물처럼 아껴야 합니다. 추운데 마구 돌아다니면안 되고요, 소주 다섯 병 한번에 마시면 안 되고요, 겨울바다에 뛰어들면 안 되고요, 함부로 뛰다가 넘어지면 안 되고요. 빈혈이 있거나 지병이 있거나 자주 넘어지는 습관이 있으면, 지갑에다가 꼭 주치의 연락처, 응급조치법과 비상연락번호를 적은 카드를 넣어두세요. 소독약과 일회용밴드도 꼭 갖고 다니시고요.

 

: 가녀리고 체중이 덜 나가는 사람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여러가지 이유에서 허약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아이나 여성이나 노인은 아프면 금방 열이 올라가고 정신줄을 놓습니다. 차를 험하게 몰아서 구토할 정도로 뇌를 흔들어놓고 추운 날씨에 고된 행군을 하게 만들면, 멀쩡한 사람도 쓰러지죠. 제발, 사람 함부로 대하지 마세요. 자기 체력을 기준으로 허약인들에게, 참아라, 견뎌라 하지 마세요. 허약인은 튼튼하고 싶어도 안 되는, 신이 포기한 자들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드라마에서 버럭대지 않는 남자주인공을 보는 것이 저의 소원입니다. 기본적인 존중과 예의의 태도를 가지고서 아름다운 소통이 가능한 남성상이 절실합니다. 여성들이 쓰러지고 다치면 실제로는 회복의 기간이 어마무지하게 길다는 것도 반드시 알려져야 합니다. 충격을 받은 관절과 상처를 입은 피부는 오래 갑니다. 연애를 시작하기 위한 조건으로 꼭 다치고 쓰러져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내가 널 지켜줄게.” 라는 말이 필요없는 세상이 와야 인권연애가 가능할 텐데요.

 

그럼, 덥지만 다음에 만날 때까지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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