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7th prescription_여자답지 않으면 이상한 건가요

P님 : 

둘 다 나이가 있는 편이라 빠르게 교제를 결정했습니다. 우리는 종종 결혼 얘기도 했고, 빠르게 가까워졌죠. 처음에는 잘 지냈습니다. 그런데, 갈수록 그가 저의 단점을 지적하더라구요. 처음에는 나를 잘 봐주는구나, 걱정해주는구나 생각하고 좋게 생각하려 했는데, 갈수록 저는 이상한 사람이 되어 가더라구요. 

제가 그렇게 고칠 게 많은 사람이면, 저와 왜 만날까요. 빨리 결혼하고 싶어서 참았는데, 계속 지적하는 말에 상처를 받다 보니 저도 화를 냈습니다. 그랬더니, 저는 여자답지 않대요. 이제는 제가 싫습니다. 이대로 헤어지면 되는 걸까요. 























(위는 요약내용입니다.)





P님, 엘입니다. 

나의 장점이 아니라 단점을 먼저 보는 사람은, 나를 용도로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연애해서 결혼해서 그가 어떤 이득을 보려고 기대하는지 잘 생각해보세요. 아무리 좋아한다 사랑한다 겉으로 꾸며대어도, 나를 다양한 개성을 가진 인격체로 존중하는 게 아니라 이런저런 결점을 인해 좋아할 수 없고 사랑할 수 없다 내 탓을 해대는 사람은 결국 나와 헤어질 운명이에요.

 

내가 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무엇인가를 참고 있다고 느껴지면 결국 그 연애는 이별만이 답입니다.


P님. 


여자다움과 남자다움이 정해져 있지는 않습니다.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는 성을, 남성과 여성, 양성으로만 규정하고 그 사이의 다양한 성 스펙트럼을 비정상, 소수자로 폄하하는 건 21세기의 문명인들이라면 지양해야 할 프레임이지요. P님이 어떤 인간인지 어떤 여성성을 자신다움으로 규정할 것인지는 오직 P님 자신의 선택입니다. 


그러므로, 나에게 넌 이래서 저래서 여성이 아니다, 여성스럽지 않다, 라고 얘기를 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넌 나를 규정할 권리가 없다, 라고 당당하게 말해주세요. 


그저 스스로 어떤 사람이, 어떤 여자가 될 지 결정하세요. 그러면, 그것이 당신의 여자다움이에요. 여자다움의 경계 따위 없습니다. 인간의 한계와 개성을 무엇을 기준으로 선 그을 수 있겠어요. 여자다움이란 인간다움이에요. 누구나 각자 다르게 자신답게 살 수 있어요.

 

P님. 


나에게 특정한 필터를 끼워서 보고 싶어하는 사람과는, 연애도 결혼도 하지 마세요. 결국 내 목소리를 막고 팔다리를 자르고 의무와 역할만을 강제할 테니까요.

 

 













덧글

  • 2016/10/28 21:53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6/10/31 18:33 #

    이래야 해, 저래야 해, 라는 바깥의 목소리 때문에 너무나 오랫동안 고통스러웠는데, 그게 잘못된 거라는 걸 알고 나니 비로소 숨쉴 수 있게 되었어요. 눈을 감은 어른들이 만든 세상에 이미 눈을 뜬 자신을 맞추려고 하니, 얼마나 힘들겠어요. 자신에 대한 어떤 기대도 하지 않고, 그저 세상은 위험하니 누군가가 날 보호해줘야 해, 라는 것만 평생 믿고 살아온 어르신들 넘나 많이 봤어요. 어차피 세상이 갑자기 친절하고 안전해지진 않죠. 그러니까, 세상의 랜덤한 행운을 믿으면서, 나답게 살면 그만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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