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9th prescription_그녀는 대체 뭘까요

R님 : 

전 이성친구들과는 어색하고, 동성친구들하고는 잘 지내는 성격입니다. 어느날 한 여사친이 씩씩하게 먼저 다가와서 말도 걸고 집에도 같이 가자고 해서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약간의 호감이 생겼지만 진지하게 말은 못했는데, 오히려 그녀가 저에게 고백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전 사귄다는 것이 어렵게 느껴져서 거절했죠. 

그런데, 그녀가 다른 남사친들하고 너무나 격의없이 장난치고 지내는 게 계속 신경이 쓰여 저도 모르게 화를 냈습니다. 그리고, 사귀자고 결국 합의를 하게 되었죠. 그치만, 얼마 못 가서 우리는 서로 할말도 없고 재미도 없어서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계속 연락이 오고, 계속 여지를 남기고, 계속 감정 따위를 물어봅니다. 도대체 우리 사이 뭘까요. 

정말 궁금한 건요. 

1. 난 그녀가 싫지는 않은데, 왜 사귀는 건 싫을까요. 
2. 그녀는 절 정말 좋아할까요. 
3. 그녀의 SNS는 다른 남사친 얘기로 가득한데, 저는 뭐죠. 















(위는 요약내용입니다.)




R님, 엘입니다. 

편한 여사친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여사친들과의 관계를 늘려본다 생각하고 친구부터 연습해보세요. 이성을, 여자 만난다, 남자 만난다, 라고 표현하며 마치 이성은 나와 다른 종족인 것처럼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여자도 사람이고, 남자도 사람이고, 아직 안 친하면 서로 모릅니다. 여자라서 알 수 없고, 남자라서 다른 게 아닙니다. 서로를 영영 이해 못할 종족이라고 마음 속으로 미리 결정해놓고 그 사람을 대하면, 모든 말과 행동이 수수께끼처럼 보입니다. 

여사친들과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보면, 그냥 다 다른 사람들이고, 어떤 친구는 나랑 잘 맞고, 어떤 친구는 별로 안 맞다, 라고 느끼게 되실 거예요. 친하기 힘든 사람도 있고, 금방 친해지고 편한 사람이 있습니다. R님 역시 누군가에게 친해지기 쉬운 친구일 수도 있고, 반대일 수도 있죠. R님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추어지고 싶나요.  

그리고. 

사람마다 로맨스에 대한 마음 속의 그림은 다릅니다. 

R님은 사귄다, 라는 뜻이 무엇인지 아직까지 막연합니다. 그녀라고 뾰족한 답이 있을까요. 연애에는 뭔가 특별한 게 있을 거라 믿고 싶지만, 막상 두 사람이 사귄다고 합의한 뒤 며칠 연락하며 지내보니 별것도 없었잖아요. 

그겁니다. 사귄다는 건, 사귀자고 합의한 날로부터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일상을 실험해보자는 합의입니다. 재미가 있을까요, 없을까요. 상대가 뭔가 특별한 이벤트를 만들어주길 기대하면, 당연히 재미가 없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떠먹여주길 기대하는 연애 드라마에서 무슨 흥미진진한 일이 일어나겠어요. 

R님이 친구와 재밌게 놀 수 있는 사람이면, 그녀와 함께 해도 즐거울 가능성이 큽니다. R님이 친구들과 노는 것보다 혼자의 시간을 소중히 하는 사람이면, 그녀와 함께 해도 미적지근할 가능성이 큽니다. R님이 연애에서 무엇을 하며 즐겁게 보낼 지는, R님과 그녀가 함께 논의해서 결정하면 됩니다. 

호기심에 시작한 연애는 원대한 기대와 함께 시작해서 꼬리도 없이 사라지기 일쑤입니다. 꼬꼬마들의 연애에서는 사귀자 혹은 헤어지자, 나 좋아해, 나 사랑해, 너 변했어, 이 정도가 가장 자극적인 이벤트죠. 

연애의 핵심은 내 일상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는 시도라는 점입니다. 내가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누군가와 일상을 나눌 여유가 없으면, 낯선 누군가와 시간을 보내는 일이 버겁습니다. 좋아하니 사랑하니 감정을 따지는 건, 안정적으로 데이트 일정을 소화할 능력이 되면 그 때 따져도 늦지 않습니다. 

R님. 

1. 아무리 끌리고 좋아도, 매일 신경 쓰고 만날 일이 엄두가 안 나면 연애 못합니다. NO라는 선택을 하셨다면 잘 하셨어요. 

2. 그녀도 물론, R님을 좋아하죠. 하지만, R님도 좋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도 좋고, 새로운 로맨스를 꿈꾸는 것도 좋죠. 감정은 매일 변하고 매순간 다른 의미입니다. 좋아는 하지만 그래서, 그녀가 뭘 해야 하죠. 그녀는 그저 자신이 원하는 걸 할 뿐이에요. 서로 생각이 다르고 기준이 다르면, 안 맞는 사람들이란 얘기랍니다. 

3. R님은 그저 그녀가 좋아하고 사귀고 싶어하는 연애대상 중 하나일뿐입니다. 

답이 되었을지 모르겠네요. 그녀의 마음이 궁금하다면, 언제든지 물어보시면 됩니다. 사람의 마음이 궁금하다면, 물어볼 일이지요. 짐작과 추리는 언제나 오해를 낳습니다. 

그럼, 상쾌한 학창시절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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