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클리셰 스터디 21 : 꽐라는 로맨스를 부르고


: 본 칼럼에서는 다양한 텍스트들을 통해, 픽션이 보여주는 연애의 법칙들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현실의 연애가 얼마나 다른지 차근차근 짚어봅니다.


: 상처와 고통을 겪기 전에 미리 알았다면 좋았을 것들을, 하나라도 얻어간다면 좋겠습니다.


: 주의! 드라마 자체를 비판하기 위한 글은 아닙니다. 때문에 드라마에 대한 정보는 없습니다.

 

***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TEXT: [푸른 바다의 전설] 외 여러 드라마

 

주류광고가 PPL로 붙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많은 로맨스 드라마에서 절대로 빼놓지 않고 사용하는 씬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바로 음주 씬이죠. 사귀자, 라는 합의를 하기 전에, 술을 마시고 정신을 잃고 꽐라가 되고, 그것으로 사건사고가 생기다가, 결국 로맨스로 연결된다는 설정이 나옵니다.

 

꽐라 씬 안 나오는 드라마가 있다면, 꼭 제보하여 주세요.

 

오늘은 로맨스 드라마의 음주 씬에서 어떤 로맨스 클리셰가 펼쳐지는지 짚어보려고 합니다. 이 글을 읽는 연애 꼬꼬마들은 술 무서운 줄 아는 분들이면 참 좋겠습니다.

 

 

[클리셰 41 : 꽐라는 로맨스를 부르고]

 

텍스트로 선택한 드라마에서는, 술을 마셔 본 경험이 없는 여주가 남주와 함께 술을 마시게 됩니다. 아니다다를까, 그녀는 곧 취하고, 말실수를 할 뻔 하죠. 당연한 전개이지만, 아니나다를까, 남주도 곧 취하면서 혀가 꼬이고 눈빛이 흐려지죠. 그리고, 술 좀 마셔 본 사람들은 절대 못 들었을 리 없는 유명한 대사가 나옵니다.

 

오늘 여기 있는 사람 아무도 못 가!”

 

그가 외칩니다. 이 말을 하는 사람이 취했다는 건 하늘도 알고 땅도 압니다. 선택은 두 가지입니다. 쟤는 밤샘음주 스타일이구나, 하고 벌떡 일어나 귀가를 하시든가, 쟤랑 같이 오늘 아침해를 보자, 하고 엉덩이 딱 붙이고 부어라 마셔라 흥청망청 해보시는 거죠.

 

이 한심한 대사를 드라마 속 여주는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가 자신의 손을 동의없이 잡아도 화내지 않죠. 맞은편에 앉아있던 남주가 일어나 여주 옆 자리로 오더니 이젠 아주 몸도 못 가누면서 여주를 안고 쓰러지네요.

 

그들의 꽐라 주사는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럽게 그려집니다. 현실에서는 진상진상 상진상 주사가 널렸는데도, 드라마 속에서 취한 사람들은 예쁘게 발그레하고 깨알같이 귀요미입니다.

 

여주는 이 때 좋아라 합니다. 스킨십은 곧 애정표현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남주가 술이 깨고 나서는 기억도 못할 말과 행동인데도, 그의 진심을 엿본 게 아닐까 싶어 기뻐하죠.

 

어김없이 이런 음주 씬에서는 로맨틱한 BGM이 깔립니다. 술은 좋은 거다, 라고 전국 주류회사들이 쾌재를 부를 만한 대사가 아예 대놓고 나옵니다. “술은 적당히 마시고, 늦지 않게 일어나요.” 같은 대사는 나오지 않습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선남선녀가 꽐라가 될 때까지 술을 마시고, 몸도 가누지 못하다가 결국 상대방 앞에서 잠이 듭니다.

 

로맨스 드라마는 음주 씬은 물론 다양한 배리에이션의 음주 이후 에피소드를 다루며, 한 회차 정도는 그냥저냥 채웁니다. 남주와 여주가 싸우기만 하느라 도무지 거리가 좁혀지지 않나요? 마땅히 새롭게 전개할 에피소드가 없나요? 서로의 숨겨진 과거를 밝힐 타이밍이 없나요? 그럴 때는 술입니다! 주인공들에게 술을 주세요!

 

음주 씬의 하이라이트는 주인공의 회상에서 플래시백으로 종종 등장하며, 극에서 중요한 전환점으로 작용합니다. 그리고, 음주 씬의 흔한 전개는 아래와 같아요.

 

1. 술을 마시고 실수로 감정을 고백했는데, 잘 기억이 안 난다.

2. 술을 마시고 진상 주사를 부렸는데, 잘 기억이 안 난다.

3. 술을 마시고 스킨십을 했는데,잘 기억이 안 난다.

4. 술을 마시고 토했는데, 잘 기억이 안 난다.

5. 술을 마시고 중요한 말을 들었는데, 잘 기억이 안 난다.

6. 술을 마시고 비밀을 들켰는데,잘 기억이 안 난다.

7. 술을 마시고 사귀기로 했는데,잘 기억이 안 난다.

8. (19) 술을 마시고 원나잇을 했는데, 잘 기억이 안 난다.

 

술을 마시고 뭘 했든, 로맨스 드라마에서 단둘이 술을 마신 사람들은 대체로 잘 사귑니다. 우리는 술을 좀 마셔야 로맨스도 생기겠구나 착각하기 쉽지요. 그런데, 현실에서도 정말 그럴까요?

 

 

[실제 상황]

 

저도 아침이 올 때까지 술을 마시고 다같이 흥청망청 하다 택시로 귀가하던 어린 시절이 있었습니다. 저뿐 아니라 제 주변의 청춘들도 마찬가지였죠. 누군가 하나는 꼭 꽐라가 되고, 미아가 되고, 돈이나 핸드폰을 잃어버리거나, 시비가 붙어 경찰서도 가지요.

 

하드코어로 마시다 보면 로맨스보다 사건사고가 훨씬 더 많이 생긴답니다. 특히, 남녀 사이에서 마시다 보면 크고 작은 성폭력 에피소드를 완벽하게 예방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나만의 안전음주 수칙은 꼭 필요합니다.

 

아직 서로 간에 인간적인 신뢰가 있지 않은, 낯설어서 설레는 사이에서는, 술김에 나도 모를 말과 행동으로 실수를 만들기 일쑤입니다.

 

알코올 해독능력은 체질마다 체급마다 차이가 있죠. 그래서, 자신의 주량을 모르면서 마시다가는, 어느새 혀가 꼬이고 기억이 점프컷이 됩니다. 정말 많이 취하면, 집에 가는 방법을 까먹거나 걸음마를 까먹기도 합니다. 심지어 내일 출근시간을 깜빡 하기도 하죠.

 

할 말 못할 말을 못 가리거나, 칭찬과 희롱을 구분 못하거나, 자신의 손과 발이 책임지지 못할 행동을 하는 데도 잘못된 걸 모르기도 합니다술을 흘리고, 잔을 깨고, 안주 위로 담뱃재를 털기도 하죠. 타인의 시선을 인식 못한 채 한껏 커다래진 목소리로 섣부른 프로포즈를 하기도 합니다.

 

가장 경계해야 하는 시점은, 분명히 맞은 편에 있던 상대가 내 옆자리로 옮기는 타이밍입니다. 그 이후의 전개는 거의 정해져 있습니다. 드라마에서 충실히 재연한 그대로, 동의하지 않은, 내일 기억할 가능성이 적은, 스킨십이 시작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그 다음으로 흔한 전개가 정신줄을 아예 놓아버리는 상황이죠. 정신을 완전히 잃은 사람을 업고 가는 건 보통의 체력으론 어림도 없습니다. 특히나 쓰러진 사람이 자신보다 체급이 하나 위라면, 혼자서는 절대로 이동을 시킬 수 없습니다.

 

현실에서의 꽐라 음주는 대체로 사건사고의 시작이고, 심신의 피로를 약속하며, 서로의 약점과 단점을 공유하는, 민망한 파트너십이 되기 쉽습니다.

 

 

[대안 행동]

 

술을 마시면서도 술을 마시는 사람과 좋은 인간관계를 계획하고 싶다면, 나만의 안전음주 수칙을 만들어봅니다. 추천 드리는 안전음주 수칙의 기본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안전귀가 방법을 미리 세팅한다.

2. 그 날의 컨디션과 주량을 알고 마신다.

3.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알람을 맞춰둔다.

 

그리고, 상황에 따른 대응책이라면.

 

1. 상대가 헛소리를 시작한다면, 집에 간다.

2. 맞은편에 앉은 상대가 묻지도 않고 내 옆으로 온다면, 집에 간다.

3. 동의없이 나의 신체를 만지려 한다면, 사과를 받은 다음 집에 간다.

 

그리고, 나는 괜찮은데 상대가 몸을 가눌 수 없는 상황일 때는 딱한 가지입니다.

 

1. 가장 가까운 지구대에 전화해서 쓰러진 사람을 수거해달라 부탁하세요.

2. 그는 커피와 생수를 얻어마시며 따뜻하게 아침을 맞이할 겁니다.

 

본인이 몸을 가눌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렇습니다.

 

1. 사람들이 많은 안전한 곳에서 대기하다 지인을 불러 함께 귀가하거나,

2. 일단 택시를 타고 가까운 지구대로 데려달라 해서,

3. 커피와 생수를 얻어마시며 따뜻하게 아침을 맞이하세요.

 

혹시, 아침에 일어나보니 어젯밤에 스킨십도 한 것 같고, 사귀기로 한 것도 같고,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면, 없었던 일로 하자고 꼭 서로 간 합의를 하세요. 맨정신에서 다시 시작해야 튼튼하고 건강한 인간관계가 싹틀 수 있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과도한 음주가 아름다운 현실 로맨스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가르쳐주는 연애 서사도 나오면 참 좋겠습니다.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없는 상황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도 알려주면 좋겠습니다.

 

아름다운 안전거리가 있었던 지인 관계가, 하룻밤의 꽐라로 사건사고로 엔딩을 맞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술 마시며 오늘부터 1하던 관계가, 결국 술 마시다 싸우고, 술 마시다 이별하는 음주연애서사도 참 흔합니다. 제가 상담 받는 케이스 중 20%는 음주연애인들 에피소드입니다.

 

최고의 안전음주는 NO, 두번째 안전음주는 혼술, 세 번째 안전음주는 가족 간 음주죠. 남하고 마시는 술일수록 꼭 안전음주 하시길 백 번 천 번 당부 드립니다. 그럼, 연말연시, 건전음주 하시기 바랍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안녕!

 

 





> 블로그 이용 무료 안내

> 프로필 + 연락처

> 유료 상담 안내 (내담자카드 다운!)

> 실시간 전화상담 안내 : TEL 060-800-1124

> 그동안 왔던 안내













덧글

  • 나르사스 2016/12/20 10:39 #

    아무리 마셔도 전혀 안 취하는 (말속도가 살짝 빨라지는 정도) 저 같은 사람에게는 써먹기 어려운 방법이군요 ㅜ.ㅜ
    그래서 술에 쓰러진 사람들 집에 보내주기 담당이 되어버립니다ㅜ.ㅜ
  • 2016/12/20 18:02 #

    안 취하면 취한 사람 케어 담당 되어버리죠. 집에 가서도, a는 잘 도착했나? b는 잘 도착했나? 택시 잡아서 같은 방향일 때, 정신 있는 친구와 정줄 놓은 친구, 집 아는 친구 엮어서 하나씩 하나씩 태워보내고. 술을 취할래야 취할 수가 없죠. 무사히 귀가 시키려면. 고생 많으십니다, 나르사스님. ^ㅅ^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상담 상태

상담상태클릭


처방전 검색기

Loading

노란리본

2013 대표이글루

위즈덤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