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클리셰 스터디 26 : 백허그와 도둑키스


: 본 칼럼에서는 다양한 텍스트들을 통해, 픽션이 보여주는 연애의 법칙들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현실의 연애가 얼마나 다른지 차근차근 짚어봅니다.


: 상처와 고통을 겪기 전에 미리 알았다면 좋았을 것들을, 하나라도 얻어간다면 좋겠습니다.


: 주의! 드라마 자체를 비판하기 위한 글은 아닙니다. 때문에 드라마에 대한 정보는 없습니다.

 

***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TEXT: [도깨비] 외 여러 드라마

 

스킨십은 여자주인공이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느닷없이 훅 시작되고, B.G.M.이 샤랄라라 터지며, 슬로우모션으로, 클로즈업으로, 카메라의 시점은 다양한 각도에서, 그들의 스킨십을 세세하게 잡아냅니다. 드라마 세계에서 스킨십은 곧 애정의 증거이기 때문에, 이후의 감정선은 급물살을 타게 되죠.

 

우리의 로맨틱 드라마에서 사랑의 시작을 알리는 심쿵 스킨십은 특징이 있습니다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서서히 다가서는 모습이 아니라, 남자주인공은 스킨십의 주체가 되고, 여자주인공은 스킨십의 대상이 된다는 특징이 있죠. 교감을 통해 자연스럽게 서로를 향해 다가가는 게 아니라, 남주의 울컥 흘러넘치는 감정만이 동기가 되어 스킨십이 시작됩니다.

 

그러므로, 여자주인공은 우리가 스킨십을 하겠구나, 예상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상대의 행동에 깜짝 놀라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어차피 운명의 주인공들이잖아요. YES라고 대답하기 전에 YES였다는 듯, 이내 그의 행동을 수용하게 되죠.

 

제가 오늘 드라마에서 발견한 스킨십은 아니나다를까, 또 백허그였고, 또 도둑키스였습니다. 오늘은 합의없는 스킨십이 로맨틱해지는 매직에 대해서 알아봅니다.  

 

 

[클리셰 46 : 백허그와 도둑키스]

 

아직 주기적인 데이트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고 친밀감을 쌓지 않은, 상대에게 정식으로 자신의 호감을 밝히지 않은, 다시 말해, 감정을 커밍아웃하고 정식으로 교제하자고 합의하는 과정을 생략한, 그러나, 생사를 넘나드는 기가 막힌 사연이 있어 운명일 수 밖에 없는 두 사람이라, 사귀기 전부터 사랑하는 사이가 될 거라 결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저 닿는 것만으로도 감정의 빅뱅이 터져 모든 맥락이 설명되어 버리는 스킨십.

 

무슨 한 문장이 이렇게 기냐구요. 그러게 말입니다. 사람이 원하는 바가 있어도, 솔직할 수 없다면, 이렇게나 구구절절 지저분해진다는 걸 말씀드리려다 보니 문장이 길어졌어요.

 

사귀자고 한 적 없고, 동의를 거쳐 여러 번의 물리적인 친밀감을 쌓지도 않은 사이에, 극적인 재회와 사랑의 감동을 장치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충격적인 스킨십이 필요해집니다.

 

그들은 언어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능력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에, 합의의 과정을 다 뛰어넘고 상대가 방심하는 뒷모습에 그저 돌진합니다. , 백허그죠. 그리고, 도둑키스, 기습키스죠.

 

백허그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아이컨텍을 하며 무언의 동의를 주고받아 개인안전거리를 넘어 서로의 몸이 닿는 넌버벌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생략해도 된다는 겁니다. 자기가 원할 때 상대의 몸을 덜컥! 안아버리면 되죠. 매우 시간효율적이고, 동의를 구하지 않았으므로 거절의 부담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건 행동의 주체에게만 장점이잖아요

 

뒤에서 공격하면 누구나 깜짝 놀랍니다. 물론, 이 행동의 명칭은 모두가 아시다시피 백허그’, ‘기습키스니까, 공격은 아니죠. 그러나, 합의된 적 없는, 일방적인 스킨십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래서, 카메라가 비추고 있는 안긴 사람의 표정은 당연하게 놀람입니다. 그러나, 수긍으로 바뀌죠. 사전합의가 아니라 사후허락입니다.

 

드라마 속 연인들의 첫키스는 대부분 도둑키스입니다. 난데없이, 서툴게, 깜짝 놀라게 말이에요. 왜 그래야 할까요. 합의하는 과정이 귀찮기 때문입니다. 합의하지 않아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바로 젠더권력이죠.

 

아직 친해지지 않은 사이에, 키스를 해도 될 지 잘 모르는 관계에서, 키스를 원한다면, 물어보세요. 물어봐서 거절 당할 것 같으면, 아예 시도조차 안 하시면 현명합니다. YES라고 대답하리라 99.9% 이상 예상한다면, 그 때는 물어보거나, 혹은 눈을 마주치며 안전거리를 서서히 좁히세요. 서로의 입술이 가까워져도 피하지 않는다면, 상대도 당신이 무엇을 하려는지 충분히 알고 동의한다는 뜻입니다.

 

아이컨텍이 빠진 스킨십은 샤방한 조명과 슬로우모션으로 연출되면, 모든 동의하지 않은 스킨십이 심쿵하는 애정표현이고, 운명적인 사랑의 은유이고, 합의없는 스킨십도 얼마든지 로맨틱할 수 있다는 전제를 선택한 것입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행동을 원하는 상대와 원하는 타이밍에 원하는 방식으로 할 수 있어야 합니다만. 행동주체로서의당연한 인권은 냠냠 해버리는 드라마 로맨스 클리셰가 여기 있네요. 명백히 유해합니다.

 

 

[실제 상황]

 

연인 사이에서도 충분히 친해지고 난 다음에 백허그 하셔야, 서로 민망해지지 않고 편안합니다. 인간 몸의 후면은, 외부의 공격에 노출되는 부위이기 때문에, 시야에 없는 인물이 갑작스럽게 바디어택 하면, 누구라도 깜짝 놀라게 되어 있습니다. 서로 얼굴 보며 하는 허그와는 달리, 백허그로 인해 닿게 되는 서로의 몸은 훨씬 면적이 넓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어렵게 세팅한 머리카락이 상대 옷의 지퍼에 걸릴 수도 있고, 내 엉덩이에 상대의 성기나 허벅지가 닿을 수도 있고, 앞으로 두른 상대의 팔이 내 목에 걸릴 지, 쇄골에 걸릴 지, 가슴이나 배에 걸릴 지 알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 정말로 친한 사이에서만 백허그가 허용된다는 뜻이죠. 새삼스럽게 우리 친하지? 하고 물어보지 않아도 친한 사이에서만.

 

키스편도 마찬가지입니다. 연인 사이라 해도, 키스를 하고 싶을 때는 두 사람 모두가 동시에 하고 싶을 때 해야 하잖아요해도 될까말까 할 때는 가능한 한 오래 응시해서 합의를 원한다는 텔레파시를 보내셔야 합니다. 당연히, 키스가 하기 싫은 사람은 고개를 돌리거나, 눈빛을 못 읽은 척 하거나, 개인안전거리 확보를 위해 뒤로 물러설 것입니다.

 

싫다 하면 하지 마세요. 싫다 하는데 하면 나쁜 사람이죠. 물어보지도 않고 덤벼들면 역시 상대의 의사 따위 중요하지 않은, 그대는못된 사람. 은팔찌 철컹철컹 아시죠?

 

도둑키스는 전혀 귀엽지 않습니다. 기습키스는 이빨 부딪혀서 입술 찢어지기 십상입니다.

 

 

[대안 행동]

 

평소 알콩달콩 눈맞춤도 많이 하고, 손도 많이 잡고, 개인안전거리 넘어서는 친밀한 바디토크도 많이 한 상황에서, 백허그하면 누가 뭐라 합니까. 제가 아무 말도 안 합니다. 그 친구도 아무 말도 안할 겁니다. 그러니까, 일단 데이트 많이 하세요. 그러면, 백허그를 해도 된다는 하늘의 계시가 내려올 거예요. 안 내려오면 상대에게 물어보시죠. 그러면, 가장 깔끔하고 떳떳한 백허그입니다.

 

별로 안 친한 사이에 원치 않는 상대가 백허그를 하면, 어떻게 대처할까요. 상대의 팔을 두 손으로 밀어내며 그대로 주저앉아버리면, 보통은 빠져나옵니다. 그리고, 하지 마세요, 곤란합니다, 사과하세요, 라고 말씀하시면 됩니다. 화를 내셔도 되고, 신고를 하셔도 됩니다.

 

만약, 합의 과정 없는 키스가 하고 싶다면, 평소 뽀뽀 정도는 합의를 생략해도 될 정도로 미리 잔뜩 친해져버리세요. 도둑키스나 기습키스를 하면 응분의 결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상대가 불쾌하다면 뺨을 맞아도 할 말이 없고요. 상대가 신고를 해도 당신은 할 말이 없으시고요.

 

맥락없는 타이밍에 아름답고 촉촉하게 키스하기 쉽지 않습니다. 훨씬 즐겁고 편안한 키스를 포기하고, 굳이 어려운 길을 선택하시겠습니까. 깜짝키스를 원한다면, 역시나 미리 잔뜩 친해져버리셔야합니다. 그러면 비교적 당신도 안전하죠.

 

 

저는 제대로 아이컨텍하고 두근두근 조마조마 설레게, 제대로 심쿵하게, 입술이 닿기 전 영원과도 같은 몇 초를 제대로 소화하는 키스씬을 보고 싶습니다. 교감과 합의가 만발한, 아름다운 연애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가요.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 이 시간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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