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클리셰 스터디 28 : 어머니와 로맨스

 

: 본 칼럼에서는 다양한 텍스트들을 통해, 픽션이 보여주는 연애의 법칙들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현실의 연애가 얼마나 다른지 차근차근 짚어봅니다.


: 상처와 고통을 겪기 전에 미리 알았다면 좋았을 것들을, 하나라도 얻어간다면 좋겠습니다.


: 주의! 드라마 자체를 비판하기 위한 글은 아닙니다. 때문에 드라마에 대한 정보는 없습니다.

 

***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TEXT: [구르미 그린 달빛], [사랑비] 외 여러 드라마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났습니다. 남자가 여자를 사랑하게 되는 순간은, 어릴 적 추억을 남겨주고 떠난 어머니의 눈빛을 그녀에게서 발견한 때입니다. 지금은 부재하는 어머니를 향한 애끓는 사모의 마음이, 이제는 눈 앞의 그녀를 향해서 쏟아지죠. 그 남자에게 사랑이란 어머니처럼 모든 것을 품어주는 따스한 모성을 닮았습니다어머니와 그녀의 모습이 겹쳐지면, 그는 안심하고 그녀에게 기댈 수 있게 되고 두 사람은 비로소 연인이 됩니다.

 

철저하게 남자주인공의 입장에서 만들어진 모성 로맨스 판타지에, 여자주인공은 그저 대상으로서 수긍하고 동참합니다. 여주는, 그가 어머니의 사랑을 자신을 통해 대리만족하는 로맨스에 이의없이 행복해 해야 합니다. 이 로맨스 클리셰에서 여주는 주체가 아닌 남자의 행복을 위한 하위요소로서의 역할을 담당합니다. 남자가 행복하면, 여자도 행복하다는 전제죠.

 

남주의 어머니들은 보통 슬프고 허망하게 일찍 세상을 떠나거나 헤어집니다. 남주는 그런 어머니를 연민하고 그리워하며 잊지 못하죠. 어머니들은 아들을 사랑해마지 않습니다. 아들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고 좋은 것만 남겨주죠.

 

연애하는 아들들은 자신이 행복해져서, 기억 속의 어머니가 인내하고 상처받으며 생긴 정서적 구멍을 대신 메우려 합니다. 아들이 행복하면어머니도 행복하다는 전제죠. 아들이 배부르면 어머니는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니까요.

 

그녀들은 한번 어머니의 위치를 선택한 이후로는, 하나같이 자신보다 자식을 위해서만 살아갑니다. 스스로를 먼저 챙기는 건 마치 있을 수도 없는 선택지라는 듯 말이에요. 그녀들이 자기 자신을 돌보지 못해, 상처와 고통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결과겠죠.

 

그래서, 그녀들의 상처와 고통은 아들에게 고스란히 넘겨지고, 아들은 그녀를 대신해 자신이 행복의 주체가 되어 연애하고 결혼하고 며느리를 통한 대리효도까지 계획하죠. 스스로 선택해야 할 행복을 아들이 대신 이루어줄 때까지 기다리기만 해야 하는 삶이라니. 왜 그녀들은 자신의 삶을 사는 선택을 손에 쥐어본 적 없을까요. 왜 애잔하게만 남겨질까요. 왜 그녀들이 자기자신으로 살 수 있는 기회는 주어지지 않을까요.

 

드라마에서는 어머니와의 애달픈 추억이 여자주인공의 현재 모습과 겹쳐지는 씬이 종종 나오며, 그녀가 결국 미래에는 우리 아들들의 어머니이기 때문에 의미 있고 가치 있다는 전제를 노골적으로 전달합니다. 그녀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보다, 새로운 가족구성원을 낳고 양육할 모성을 미리부터 엿보이기 때문에 가치 있다고 비추어지죠.

 

로맨스에 반드시 모성성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 텐데, 우리가 흔히 보는 드라마 속의 로맨스에는 희생’, ‘슬픔’, ‘조건없는 사랑’, ‘순결’, ‘무한한 수용’, ‘가정가사 능력자의 코드들이 자연스레 달라붙은 여성 이미지만이 너무나 자주 등장합니다.

 

아들을 낳은 그녀들은 출산과 양육 경험을 마친 이후에도, 영원히 어머니로서만 박제되고, 다른 가족구성원의 당연한 배경인물로 아련하게 조금 슬프게 존재합니다. 그리고, 젊고 새로운 여성이 그녀의 모성성을 복제한 존재로 아들들의 역사를 이어가죠. 왜 드라마의 로맨스는 어머니 코드를 잃지 못하나요참으로 이상합니다.

 

 

[클리셰 48 : 어머니와 로맨스]

 

비가 옵니다. 그녀가 아름답습니다남주의 마음에 어린 시절 어머니와 빗속에서 뛰어놀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다시 보니 그녀가 더욱 아름답습니다. 사랑에 빠집니다.

 

그녀가 춤을 춥니다. 그녀는 역시 아름답습니다. 남주에게는 어린 시절 보았던 어머니의 춤사위가 손에 잡힐 듯 눈에 선합니다.다시 보니 그녀가 더욱 아름답네요. 더더더 사랑에 빠집니다.

 

뿐입니까. 어머니가 자신을 꼼꼼하게 다정하게 챙겨주었던 추억이 있는데, 내 눈앞의 여자가 어머니가 했던 말, 어머니가 했던 행동을 똑같이 하네요. 돌봄노동에 소질있어 보이는 이 여자가 바로 내가 어머니만큼 사랑할 여자구나 싶습니다.

 

또 있네요. 손에 상처가 나서 피가 났는데, 버스정류장에서 우연히 만난 여자가 아프겠다며 가방에서 반창고를 꺼내 붙여주네요. 태어나서 나한테 이렇게 친절한 여자는 우리 엄마 빼고 네가 처음이야. 남자는 사랑에 빠집니다.

 

어머니의 그림자를 닮은 여자는 사랑스럽나요. 왜 그래야 할까요.

 

 

[실제 상황]

 

어머니와 사이가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습니다. 어머니도 여러 유형이라, 사랑을 퍼주는 어머니가 있는가 하면, 사랑하는 일이 영 어색하고 잘 되지 않는 어머니도 있습니다. 언제나 다정하기만 한 어머니는 없으며, 좋은 것만 주는 어머니도 없습니다. 좋은 어머니라는 이상이 자식들에게 완벽하게 구현되는 일은 당연히 불가능하며, 구체적으로 어떤 어머니가 좋은 어머니인가 하는 조건도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와 사이가 좋았거나 서먹했거나, 연애와 결혼을 고려하는 아들들이 새로운 여성과의 관계에서 우리 엄마라는 카드를 꺼내는 일은 너무나 흔합니다. 아들들은 어머니와의 사이가 가깝거나 멀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여성이 어머니의 마음에도 들어야 한다는 전제를 당연하게 생각하기 일쑤죠.

 

덩달아 여성들도 자신이 데이트 하는 남성의 어머니가 자신을 마땅한 여자친구 혹은 예비 며느리로 좋게 평가해야 하지 않나 고민합니다. 좋은 인상을 주어야 한다고,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이미지로 어필해야 한다고, 조신하고 얌전한 옷을 고르기도 하죠. 정말 신기하지만, 그 반대의 입장으로, 그녀가 자신과 데이트하는 남자의 어머니를 어떻게 생각할 지는 중요한 이슈가 아닙니다. 그녀들은 왜 자신이 평가 받는다는 조건을 더 우선해야 할까요. 그녀들 이미지의 인간관계에서 상대방을 평가할 수 있는 당연한 권리는 왜 후순위로 밀리나요.

 

어머니와 아들이 한 팀으로서, 너무나 당연하게도 너의 자격을 심사하겠다는 재판관의 입장을 선취하기 때문은 아닐까요. 여성도 자신에게 좋은 느낌을 주는 사람, 아닌 사람을 판단할 수 있는 입장이 있는데, 어머니와 아들 팀의 리그에서는 자신 또한 관계의 주체라는 사실이 중요한 이슈가 되지 못하기 때문은 아닐까요.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대상으로서의 경험만이, 그녀들의 삶에서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건이었던 때문은 아닐까요.

 

연애하고 결혼을 하기 위해, 그와 나, 두 사람의 새로운 세상이 아니라, 어머니와 아들이 있는 그들의 세상으로 편입되기 위한 입장이라 배워왔기 때문은 아닐까요.

 

가부장제가 여전히 기능하는 이 곳에서는, 부모 세대의 허락과 인정이 자녀 세대의 연애와 결혼에서 기본조건이 되기 때문은 아닐까요. 연애는 개인으로서의 결정이 가능하지만, 결혼은 부모 세대의 자산을 대여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은 아닐까요. 그래서, 아직까지도 지옥 같은 시월드가 존재하고, 한스러운 친정 부모가 있는 것 아닐까요.

 

드라마에서는 어머니의 모습을 닮은 그녀를 사랑하게 된 남주가 로맨스를 이루면서,기억 속의 어머니에게서 받은 정서 자산을 더욱 굳건히 하는 서사가 펼쳐집니다. 그렇다면, 여주도 분명히 아버지든 어머니든 조부모님이든 어떤 형식의 주양육자가 있었을 텐데, 그녀들은 남주에게서 어머니의 손길을, 아버지의 등을, 할아버지나 할머니의 따스함을 기대하였을까요.

 

왜 그녀들이 남주에게서 가족의 사랑을 기대하면 안 되나요.

 

 

[대안 행동]

 

누군가의 어머니를 닮기 위해서 연애하고 사랑하고 결혼할 필요는 없습니다. 누군가의 역할을 대신 하기 위해, 내 삶이 사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누군가의 결핍을 메우거나 타인의 풍요를 재생산하기 위해, 내 인생을 유용해서는 안 됩니다.

 

인간관계는, 그것이 연애든 결혼이든 재생산이든, 단기적으로는 물론 장기적으로 서로에게 이득이 예상될 때 성립되어야 마땅합니다.정해진 희생과 돌봄과 의무를 위해서, 일 년에 한 살씩 고생을 더하며 살지 않아야 합니다. 먼 미래에 나의 젊은 시절과 닮은 새로운 등장인물이 내 희생과 상처를 보상해줄 거라 기대하며, 자녀들의 삶에 개입해서는 안 됩니다.

 

나에게 돌봄노동의 재능과 수고를 기대하며, 자신의 어머니와 닮았다며 좋아하는 사람과는 데이트 해서는 안 됩니다. 살아오며 정서적으로 의미있는 관계를 맺었던 유일한 대상이 어머니뿐인 사람과는, 연애 관계의 룰을 만드는 일이 지난할 수 있습니다. 어머니와 아들 관계는 연애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타인과 타인이 만나 만드는 의미있는 인간관계의 법칙을 처음부터 하나하나 가르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나다운 개성과 매력과 훌륭함을 가졌기 때문에, 그것을 인정하는 사람과 만나야, 그 사람이 이상적이라 생각하는 어떤 역할로 소비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내가 자신의 어머니처럼 닮기 원하는 사람과의 연애는 조금도 로맨틱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프로포즈를 할 때는 널 우리 어머니가 좋아할 것 같다, 어머니와 닮았다, 어머니에게 좋은 며느리가 되어 줘, 우리 어머니 정말 고생 많이 했어, 같은 말은 매우 삼가는 게 좋겠습니다. 그녀와 나는 다른 사람인데, 그래서 어쩌라고요, 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 이 시간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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