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클리셰 스터디 33 : 공공장소 프로포즈



 

: 본 칼럼에서는 다양한 텍스트들을 통해, 픽션이 보여주는 연애의 법칙들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현실의 연애가 얼마나 다른지 차근차근 짚어봅니다.


: 상처와 고통을 겪기 전에 미리 알았다면 좋았을 것들을, 하나라도 얻어간다면 좋겠습니다.


: 주의! 드라마 자체를 비판하기 위한 글은 아닙니다. 때문에 드라마에 대한 정보는 없습니다.

 

***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TEXT: [후회없이 사랑해 (일드)], [사랑비], [함부로 애틋하게], [신사의 품격], [노팅힐(영화)] 그 외 다수

 

갈등이 극에 달해 결국 얼굴을 못 보게 된 사이. 분명히 서로를 향한 마음은 있지만 소통은 요원하지 않고, 다시 만나면 정말로 마음이 통할까 확신할 수 없는 상황. 일단락된 관계를 다시 한번 부활시키는 좋은 방법은 여전히 모르는 채 애꿎은 시간만 가는데, 역시 이 사랑을 포기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혼자만의 고통지수가 쭉쭉 올라가고 있을 때, 주변에서는 내 마음을 나보다 더 잘 알아서 주인공보다 더 바쁘게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재회를 위한 멍석을 깔아줍니다.

 

드디어 극의 엔딩이 가까워오면, 주인공은 급하게 택시를 잡고, 거리를 달리고, 숨을 헐떡이고, 정신없이사방팔방 고개를 돌리고, 상대의 이름을 목놓아 부릅니다. 발을 동동 구르고, 땀을 흘리고, 감정적으로 격앙되어, 처음으로 솔직하게 모든 걸 다 쏟아냅니다. 이제서야 사랑을 위해다 던질 수 있다고 말하죠. 두 사람 사이의 문제가 해결되지 못했기 때문에 헤어졌다는 주지의 사실을 망각한 듯, 일격의 한 마디를 외칩니다.

 

주로, 이런 말들이죠.

 

1. 사랑해!

2. 가지마!

3. 결혼하자!

 

그러면, 뒤늦게 주인공을 따라온 조연들과 마침 우연히 그 장소를 지나가던 수많은 엑스트라들이 두 사람을 주목합니다.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할 것 없이 다 쳐다봅니다. 그렇게 소리소리 치는데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만. 재밌는 건 주인공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다들 한가하고 긍정적인 사람들이라,두 사람의 극적인 재회가 포옹이나 키스로 마무리될 때까지 지켜봐준다는 거죠. 박수도 치고 환호도 하고 축복해 마지 않습니다.

 

이렇게 구경거리가 되는 데도, 두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성공적인 재회를 하고야 말죠. 드라마의 공공장소 프로포즈는 일차적으로는 공공장소에서 소란을 일으키기 때문에 유해하고, 사적인 에피소드가 공공에 전시되는 일이 마치 특별하고 감동적인 이벤트인 것처럼만 조명하므로 유해하고, 서로 간 단절되었던 소통이 돌발적인 접촉으로 한번에 뻥 뚫리는 것처럼 묘사하므로 유해합니다.

 

공공장소 프로포즈 클리셰는 사랑의 선언 자체가 재회의 정당성인 것처럼 비추어지기 때문에 유해합니다. 그동안의 맥락은 다 어디로 가버리는 건가요.

 

 

[클리셰 53 : 공공장소 프로포즈]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사랑한다고 외치는 장소는 김포국제공항이기도 하고, 한낮 햇살 좋은 노천카페이기도 하고, 기자회견장이기도 하죠. 우리의 남주들은 보통 재벌 2세거나 연예계 탑스타거나 어쨌거나 셀렙이고, 여주들은 주변 사람 모두가 반대하던 그 사람입니다. 갈등이 해소되고 나서 극의 마지막에서야 벌어지는 공개 프로포즈는, 그동안 왜 죽네사네 갈등했었던 건지 허무해질 정도로 완벽한 이해와 화해로 마무리됩니다.

 

그 때 사랑으로 통하게 된 두 사람을 가운데 두고, 주변의 조연들과엑스트라들이 감동한 표정으로 박수를 치기 시작하죠. 처음에는 한 두 사람이 천천히 박수를 치고, 곧 다른 사람들도 질세라 박수를 치면서, 급기야, 행쇼! 하고 외치거나, 살짝 눈물을 짓는 조연의 표정들도 보여줍니다.

 

주인공 두 사람은 주변의 환호를 어색해하다 이내 편안하게 적응하며, 이제 완벽하게 배경이 된 사람들을 뒤로 하고 키스로 마무리하죠. 일일드라마라면 반드시 웨딩드레스를 입는 장면이 나올 테고, 미니시리즈라면 공공장소 프로포즈 씬 그대로 끝납니다.

 

문제는 두 사람이 극적인 타이밍에 다시 만나 몇 마디 크게 외치는 문장 몇 개로, 어떤 제대로 된 이해와 소통도 없이 얼렁뚱땅 재결합이 이루진다는 점입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가 왜 단 한번의 퍼포먼스로 덮어지는가. 막상 당사자는 재회를 계획한 적이 없고 이미 새로운 삶을 선택했는데도, 왜 마지막에서야 급하게 발목을 잡는 프로포즈로 모든 걸 뒤엎고 사랑을 선택하는가. 주변 사람들은 두 사람에 대해서 뭘 안다고 잘 됐다고 박수를 치고, 대답을 망설이는 사람에게 YES라고 말하라 종용하는가. 공공장소에서 마치 두 사람이 전세 낸 듯 큰 소리를 치고 있는데, 행인들은 왜 기꺼이 두 사람만을 위한 관객이 되어주는가. 그들이 배경이 되어 박수를 치면 지금까지 통할 수 없었던 두 사람이 갑자기 납득가능한 관계로 비약할 수 있는가.

 

수많은 의문점을 남기는 씬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실제 상황]

 

내가 준비되어 있지 않을 때 갑자기 상대방이 나타나면 당황스럽습니다. 내 개인 스케쥴을 누가 그 사람에게 흘린 건지, 누구부터 의심해야 할 지 한숨이 나옵니다. 분명히 우리는 헤어졌는데, 왜 뒤늦게 나타난 건지 의아합니다. 내가 선택한 새로운 길에 대해서 헤어진 그 사람이 뭘 안다고 내 발목을 붙잡는 건지 화가 납니다.

 

공공장소에서 주목 받는 일이 즐거운, 무대체질도 있겠지만. 보통은 낯선 타인들 사이에서 어수선하고 소란스러운 이벤트의 주인공이 되기는 싫겠죠. 모두가 주목하는 가운데, 두 사람이 대화다운 대화를 할 수 있을까요. 숨을 헐떡이며 나타난 성의는 높이 살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재회해야만 할까요.

 

상대가 만약 YES or NO를 원하는 질문을 던졌다면, 갑작스럽게 즉답을 해야 하는 입장이 얼마나 낭패스러울까요. NO라고 하면 상대가 챙피해하며 몸부림을 치거나, 이대로 포기할 수 없다며 나에게 매달릴 지도 모릅니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나를 거절하고 거부하는 악역으로 볼 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상대를 곤란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 무조건 YES 라고 할 일인가요. 그 뒷감당은 어떻게 하라구요.

 

나를 격렬하게 원하고 열정적으로 붙잡는 사람이 있다는 건, 나도 상대를 원할 때 의미가 있습니다. 누군가가 나를 원한다는 것만으로 잡혀주어야 할 이유는 하나도 없습니다. 정말로 마지막 기회를 가지고 싶다면, 이렇게 떠들썩한 방법은 아니어야 합니다.

 

우리가 이렇게 우리만의 퍼포먼스를 하는데, 아직 섭외한 주변 친구들이 도착하지 않았고 막상 지나는 행인들이 별 관심을 안 보이고 오히려 혀를 끌끌 찬다면 얼마나 어색하고 애매할까요재밌는 구경거리 났다며, 모르는 사람이 동영상으로 찍어서 페북에 올린다면 얼마나 황당할까요. 결국 새드엔딩으로 끝난 소동이라면, 두고두고 이불 킥 할 흑역사 되지 않을까요.

 

정말로 소중한 사랑이고 의미있는 관계라면,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기 전에 미리 약속 잡고 만나서 찬찬히 대화 나눌 기회가 없었겠습니까. 해도해도 안 되니까 헤어진 거고 서로 안 맞는 건데, 극적으로 재회한다고 두 사람이 통하지 않는 사이라는 진실이 저절로 눈 녹듯 사라질까요.

 

 

[대안 행동]

 

마지막의 마지막에 가서야 허둥지둥 쫒아가서 바짓가랑이 붙잡지 말고, 있을 때 잘 합니다. 이별한 후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고통을 전시하지 말고,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일을 여기저기 떠벌리지 맙시다. 감정이 가라앉고 갈등에 대한 모든 대안이 준비되었을 때, 정식으로 연락해서 약속을 잡고 만납시다. 상대가 나를 차단하고 거부할 때는, 무작정 매달리지 맙시다. 당하는 입장은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몰라서 무섭습니다. 이 박스 안에 들어있는 100개의 초콜릿 중에 딱 하나에만 청산가리가 들어있으니까 안심하고 먹으라고 하면 당신은 먹을 수 있겠습니까.

 

공공장소 프로포즈가 의미 있는 맥락은 분명히 있습니다.

 

공공장소 프로포즈에 대한 상대의 긍정적인 입장을 확인한 뒤, 언제쯤인지 미리 알리고, 시간과 장소, 참석인원 딱 맞춰서, 제대로 준비를 하고, 그 사람을 초대해야 합니다. 축복해줄 사람도 잘 섭외하고 해야 할 리액션도 세팅해 놓아야, 드라마처럼 잘 흘러갑니다. 프로포즈 받을 사람이 시간과 장소를 알고 있어야, 미리 TPO에 맞는 준비도 하고 마음 편한 축복도 받는 행복한 추억이 됩니다.

 

내 제안에 YES라고 대답할 거라는 걸, 나도 알고 상대도 알 때만이 해피엔딩입니다. NO라고 대답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든다면, 그 프로포즈 하지 마세요. 아직 서로 간 신뢰와 애정과 친밀감이 부족한 겁니다. 선언만으로 결말이 정해지진 않습니다.  

 

사랑해, 라고 외친다고 반드시 그 사랑이 응답받을 리 없습니다. 사랑은 각자의 입장으로 하는 건데, 내 마음과 네 마음은 분명히 분리된 것이잖아요.

 

공공장소 프로포즈가 나올 때마다, 식상하고 오그라들고 부끄러워지는 건 왜 내 몫인가. 언제까지 공항에서 발목 잡는 일을 반복할 것인가참으로 미스테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주인공도 시청자도 납득 가는 재회씬이 나오는 그 날을 기다려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 이 시간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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