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클리셰 스터디 36 : 밥 차리는 여자



 

: 본 칼럼에서는 다양한 텍스트들을 통해, 픽션이 보여주는 연애의 법칙들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현실의 연애가 얼마나 다른지 차근차근 짚어봅니다.

: 상처와 고통을 겪기 전에 미리 알았다면 좋았을 것들을, 하나라도 얻어간다면 좋겠습니다.

: 주의! 드라마 자체를 비판하기 위한 글은 아닙니다. 때문에 드라마에 대한 정보는 없습니다.

 

***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TEXT: [W], [, 오해영], [운빨로맨스], [아이언맨], [함부로 애틋하게], [힘 쎈 여자 도봉순], [내일 그대와] 외 일일 드라마 대부분, 수많은 일드.

 

오늘은 식사 장면에서 드러나는 연애 클리셰를 찾아봅니다.

 

누가 끼니 걱정을 하고, 누가 밥을 차리고, 누가 밥을 먹고, 누가 무슨 말을 하고, 여기서 무엇이 로맨틱하게 설정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클리셰 56 : 밥차리는 여자]

 

대부분의 드라마에서 가족 식사 장면이 나오면, 가장과 자녀들은 앉아있고, 어머니는 국을 뜨든 밥을 뜨든 항상 마지막으로 앉습니다. 어머니는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누가 밥 좀 더 달라, 이 반찬 더 달라 하면 마치 하녀처럼 벌떡 일어나 그 사람을 챙기죠. 냉장고에 어떤 식재료가 있고, 언제 채우고 언제 소비하는지, 반찬은 언제 만들고, 언제까지 먹고, 음식물 쓰레기는 언제 치우는지, 먹기만 하는 사람은 아무 것도 모릅니다.

 

한 끼의 식사는, 장보기부터 시작해장을 봐 온 재료를 손질하여 냉장실과 냉동실에 분배하고, 버려지는 식재료가 없도록 가장 알맞은 시기에 소비하며, 영양소의 균형과 맛을 고려하여 식단을 짜고요리를 하고, 식탁을 차리고, 드디어 먹고, 식사를 마치고 남은 음식을 버리거나 냉장고로 되돌리는 뒷정리를 하고, 사용한 식기들을 씻고 물기를 제거하여 제자리에 정리하며, 식재료 보관과 요리와 식사 후에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의 물기를 제거하고 음식물쓰레기 봉지에 분리수거하여 제 때 버리는 작업까지 포함합니다. 그 때 그 때 가스렌지, 전자레인지, 냉장고 청소 및 실내 환기도 당연히 해야 하는 업무입니다.

 

위생학, 영양학, 경제학과 예술적 감각, 위생 감각, 실무경험과 연습, 시행착오, 도전이 필요한 고난도의 업무죠.

 

여기에서, 대부분의 남자주인공은 드디어 먹고만 합니다. 저 수많은 업무 중에 먹기만하죠.

 

다행히, 로맨틱 드라마에서는 남자주인공이 하는 업무가 추가되기는 합니다. 고작 이런 것들이죠.

 

1. 장보기 : 장 보면서 엄한 것을 장바구니에 집어넣거나, 계산에 서툴거나, 시식대에서 맛을 보며 충동구매 하는 장면.

 

2. 설거지 : 설거지는 내가 할게, 라고 일어서면 고맙고 대견하다는 듯 여자주인공이반기는 장면.

 

가족 식사를 챙기는 일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여자주인공은 서툰 솜씨로 식탁을 차리며 애쓰고, 평생 먹는 일만 전문적으로 해 온 남자주인공은 선심이라도 쓰듯 설거지를 한다며 자랑스러워 합니다.

 

남자는 대단한바깥일, 여자는 소소한집안일이 마치 공식이라도 되는 듯, 남자는 가정가사 업무에 능통할 필요가 없고여자는 마찬가지의 업무에 서투를 수가 없다는 듯 설정되면서, 남자와 여자의 역할 차이를 강조하며 판에 박힌 젠더 이미지를 강조하니, 이 아니 로맨틱합니까.

 

정말 로맨틱한가요?

 

어서 로맨스를 이루어 내 남자에게 밥을 해주고 물도 떠주고 평생 맛있는 걸 해먹이고 싶다 생각하나요.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겠다는 거짓말에 속아, 평생 주부습진으로 고생하는 우리네 어머니들처럼 살고 싶나요. 자식들 밥 굶으면 죄책감 느끼고, 멀리 떨어져 사는 자식들에게 이것저것 밑반찬을 해서 나르는 낙으로 나이 들어가고 싶나요.

 

혹은 보호자의 보호를 받는 동안 내 밥을 내가 안 차리고 살아왔듯이, 결혼해서도 가정가사는 다른 사람이 모두 해주었으면 하고 바라나요.

 

현실적으로 생각해보아요.

 

남자고 여자고 맞벌이를 안 하면 살 수 없는 힘든 세상에서, 여자에게는 가정가사 기능까지 더 갖추도록 하다니, 이 아니 가혹합니까.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요원하고, 일자리는 부족하고, 비정규직은 넘치고, 물가는 살인적인데, 밥까지 잘 차리고 심지어 맛도 있어야 하고 비용도 덜 써야 하다니, 너무 어려운 미션은 아닌가요.

 

모든 가족구성원이 가정가사 업무를 나누어서 하고, 자신의 식사를 스스로 챙기며, 다른 가족의 업무를 대신 해주는 아량과 사랑을 베푸는 가족도 분명히 있건만. 왜 그런 가족의 모습은 드라마 속에 보이지 않나요.

 

로맨스를 주제로 하는 드라마는,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선택이 서로에게 이득이라는 걸 생생하게 보여주는 기능도 합니다. 두 사람이 함께 해서 서로에게 이득이려면, 힘든 일은 나누고, 즐거운 일을 더해야 하죠. 나눌 수 있는 태스크를 한쪽에만 당연하다는 듯 맡기고, 그 사람의 적성이나 흥미, 혹은 업무능력과 상관없이 성별만을 기준하여 업무를 배치한다면, 이 아니 비합리적인가요.

 

드라마 속에서 여자가 처음 상대를 위해 밥을 차리고 나서 상대가 내리는 음식솜씨에 대한 평가에 심장 두근대고, 상대가 친히 설거지를 해준다는 제안에 가정적이라며 설레어야 할 일인가요. 가정가사처럼 매일 시간을 쏟아도 티도 안 나는 일, 하나만 걸러도 당장 티가 나는 중노동을 여자만의 몫으로 조명하기 때문에, 이러한 로맨틱 클리셰는 유해합니다.

 

일본 드라마에서는 보통 이렇죠. 어머니는 밥을 차리고, 여자친구는 도시락을 싸며, 간호할 때는 굳이 집으로 찾아가서 죽을 끓여 먹입니다. 사랑은 음식을 피드하는 행동으로 증명되고, 여성의 요리 능력은 여자다움의 척도가 되죠.

 

한국이고 일본이고 성차별적인 역할분담은 유구한 전통과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다음 세대의 연애와 결혼을 권장하고 싶은 로맨스 드라마라면, 요리하는 남자,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는 남자, 냉장고 청소를 하는 남자, 후라이팬을 쓰고 나서 새 기름으로 다시 닦아 코팅하여 보관하는 남자, 전자레인지에 레몬식초 한 컵을 돌려 세척하는 남자, 냉동실 식재료의 유통기한을 체크하는 남자, 마트 세일 전단지를 보고 때 맞춰 달려가는 남자들이 끊임없이 나와주어야 하죠.


오직 파스타나 샐러드를 만들며 자부심 느끼는 남자, 커피를 내리며 아는 척 하는 남자, 식사 자리에서 요리법이 어떻네 저떻네 잔소리하는 남자는 사라져야 할 타이밍이 아닌가 합니다.

 

                                                               

 

[실제 상황]

 

나도 모르게 가정가사 능력을 어필해서 여자다움 점수를 획득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그것으로 당신이 무엇을 얻게 되는지 생각해보세요. 요리를 하거나, 도시락을 싸거나, 끼니 안부를 걱정하거나, 영양제를 선물하거나, 이 모든 행동들이, 돌봄노동에 재능과 소질과 의지가 있다는 걸 반영합니다.

 

이런 행동들은 당신이 여성이든 남성이든 무엇이든,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당연하게 해주고 싶은 일들이 되어야 합니다. 내가 재능과 소질과 흥미와 능력과 경험이 없다 해도, 처음에는 누구나 그런 걸요.

 

어른이 된다는 건, 자신의 의식주를다른 돌봄 보호자가 있지 않아도, 스스로 다 할 수 있게 된다는 뜻입니다. 처음부터 가정가사를 잘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 일의 수행에 성별을 기준으로 의무나 권리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사람이면 당연히 해야 하고누군가가 나에게 해주면 감사해야 하며, 서로 간 합의 하에 선택하여 업무분장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가정가사의 수행은 결코 당신의 남성성이나 여성성을 더하거나 해치지 않으며, 21세기에 아직도 이런 설명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정말 참담하지만, 잘 이해가 안 되어도 외우세요.

 

 

[대안 행동]

 

정말 로맨틱한 식사 장면은, 두 사람이 모두 일어서서 손발이 척척 맞는 파트너십으로 요리를 준비하고 플레이팅과 동시에 함께 앉아 식사를 하고 좋은 대화를 한 뒤 뒷정리를 함께 시작해 부엌을 사용 전과 똑같이 만들어놓고 끝나는 씬이 아닐까요. 아아, 시작과 끝이 똑같은 부엌이라니 생각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네요.

 

잘 모르고 서툴러도, 연인이 있거나 없거나, 결혼을 하거나 하지 않았거나, 당연하게 가정가사 업무에서 제외될 수 있다 생각하면 안 됩니다. 배우고, 연습하고, 익혀야 합니다. 시행착오를 겪고검색하고, 기록하고, 나만의 노하우를 획득해야 합니다. 뇌를 써야 합니다. 손발을 써야 합니다. 효율을 고민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한 인간으로서 제대로 독립하는 과정이죠.

 

자기자신과 일상생활을 가꾸는 활동 없이, 어떻게 타인을 내 삶에 초대할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 사랑을 실천할 수 있겠습니까.

 

가정가사는 도우미를 따로 쓰더라도, 수없이 많은 집사와 메이드가 내 집에 상주하는 게 아닌 이상, 내가 스스로 챙기고 정리정돈해야 하는 가정가사는 반드시 발생합니다. 누구 하나가 직장생활을 하지 않는다 해도, 본인의 가정가사는 기본적으로 본인이 하는 게 맞고, 그 일을 상대가 나누어준다면 감사하게 생각해야 하고, 비용도 지불하면 더욱 아름답습니다.

 

로맨스 드라마에서 가정가사를 함께 고민하고 성장하는 커플들의 모습이 더 많아져야 합니다. 그래야, 성차별주의가 로맨스를 잠식하는 참사를 피할 수 있겠죠.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 이 시간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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