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클리셰 스터디 37 : K 드라마 클리셰 종합편 -1-



 

: 본 칼럼에서는 다양한 텍스트들을 통해, 픽션이 보여주는 연애의 법칙들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현실의 연애가 얼마나 다른지 차근차근 짚어봅니다.


: 상처와 고통을 겪기 전에 미리 알았다면 좋았을 것들을, 하나라도 얻어간다면 좋겠습니다.


: 주의! 드라마 자체를 비판하기 위한 글은 아닙니다. 때문에 드라마에 대한 정보는 없습니다.

 

***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TEXT: [맨투맨]

 

오늘은 한 드라마에서 집중적으로 찾아보는, 로맨스 클리셰 종합편입니다.  

 

드라마 [맨투맨]은 박해진, 박성웅, 김민정 배우가 나오는 액션 + 삼각로맨스 + 코미디입니다. 진지한가 하면 웃기고, 웃긴가 하면 액션하고, 액션하다 보면 로맨틱한 분위기를 잡는 전형적인 K 드라마죠. 한 드라마에서 어디까지 로맨스 클리셰를 찾을 수 있을 지 차근차근 짚어봅니다.

 

 

[클리셰 57 : K 드라마클리셰 종합편 -1-]

 

 

1. 남주는 전문직업인, 여주는 감성과 감정의 히로인 

 

: 이성과 합리는 남주의 역할이고,감성과 드라마는 여주의 담당이죠. 남주가 대의를 위해 신념을 불태우는 스케일을 맡으며 지엽적인 상황이 아닌 맥락을 보고 한 수 앞을 고민해서 자신의 목표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주체성을 가진 존재라면, 여주는 당장의 상황에 반응적으로 행동하는 좁은 시야로 남주의 거짓말과 가족의 위선에 매번 속고 휘말리며 상처받는 존재입니다

 

K 드라마가 반복하는 남주와 여주의 공식이죠. 남주는 로맨스 이상의 서사를 갖고 주체적으로 움직이지만, 여주는 주로 로맨스에만 반응합니다.

 

똑 같은 직업인이지만, 남주는 훨씬 많은 결정권과 선택권을 가지고, 여주는 전문직업인이면서도 자신의 일에 전문성과 자부심을 가지기보다 상황과 주변에 휘둘리는 사람으로 묘사됩니다. 심지어 그 일을 선택한 이유는 우연과 팬심 때문이라고 나오죠.

 

 

2. 어른스러운 남자, 아이스러운 여자.

 

: 제가 이번 드라마에서 놀란 지점은, 남주와 여주의 너무나 차이나는 스타일링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 헤어스타일, 메이크업, 의상이 표현하고자 하는 남주와 여주의 지향이 극과 극이라서 놀라고 말았죠.

 

남주의 큰 키와 여주의 아이처럼 작고 여린 체격은 타고난 피지컬이므로 논외로 치고서라도, 여주 또한 전문필드에서 중요한 업무를 진행 중인 직업인인데도

 

1) 아이처럼 서툴고 늘어지는 말투.

2) 갸웃갸웃 뭐지뭐지 상황 이해가 어려운 듯한 표정과 행동.

3) 몽실이 같은 헤어스타일과 (청순함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로 읽힐 수 있는) 노 메이크업과 데이트룩일 때도 일부러 만든 듯한 서툴고 어색한 스타일링.

4) 공식적인 업무필드에서도 귀엽기만 한 착장.

 

으로 어린아이 같은 특징을 강조합니다. 어디를 보아도 성인여성으로서의 지표가 없습니다. 여자배우는 나이가 몇이든 모공조차 보이지 않는 말갛고 투명한 피부의 동안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 K 드라마의 불문율입니다만, 이 때문에 여성은 늙지 않아야 한다는 지상명령으로 영원히 고통받고 있는 건 아닐까요. 올해 34세의 여성이 스무살 초반의 아름다움과 귀여움을 연출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수고와 비용이 들어갈까요.

 

우리나라 여배우들의 미모는 너무나 완벽해서 볼 때마다 놀랍니다. 끝없이 아름답고 전혀 늙지 않죠. 다른 문화권의 여배우들은 차근차근 늙어가고,주름도 생기고, 얼굴형도 변하는데, 왜 때문에 아시아권 여배우들은 볼 때마다 미모가 업데이트 될까요.  

 

 

3. 희생 당하는 그녀, 그녀를 구하는 남자.

 

: 남주는 국가에 대한 충성과 불의와 싸우는 정의감이라는 대의를 가진 존재입니다. 그런데, 지켜주고 싶고 지켜야만 하는 대상으로서의 여성이 얼마나 연약하고 다치기 쉬운지 매번 강조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여주는 아버지에게 이용 당하는 피해자인데, 알고도 이용 당하고, 모르고도 이용 당하고, 남주에게도 속고 또 속으면서도 여전히 남주를 믿고 좋아하는 존재로만 조명됩니다. 그녀가 속고 상처 받아 눈물을 흘리면, 도대체 누가 좋지요. 무엇이 좋지요.

 

왜 남주들이 문제해결을 대신 해줄 때만 그녀의 고통과 상처가 사라지는 걸까요.

 

여주는 언제나 속고 희생하고 힘들고 아프고 고통스럽다. 남주 또한 그녀를 속이지만 결국 그동안의 상처를 로맨스로 보상해준다.

 

남성과 여성의 스테레오 타잎을 강조하는 이런 공식은 제발 그만 보고 싶습니다.

 

 

4. 걸음마를 못하는 그녀

 

: 저에게는 제발 안 보고 싶은 K드라마의 클리셰 중 하나가 이것입니다. 여주가 걸음마를 못한다. 넘어지려 한다. 남주가 넘어지려는 그녀를 안아 구해준다. 대체 이게 몇 번이나 나오는 거야. 지겹게.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5. 4번에 이어서) 우연한 스킨십 사건사고에 두근두근

 

: 넘어진다든가. 자동차 사고에서 다치기 직전이라든가. 납치된다든가. 허니문 안아들기, 벽 등지고 가두기, 동의없는 갑작스런 키스, 남주의 임무 상 이래저래 어쩌고저쩌고 피치못할 상황에서 남주와 여주가 스킨십을 하게 되는 상황. 그녀는 어머 이게 뭐죠, 어리둥절당황황당, 하지만 내심 좋아하며 그 안에 로맨스라는 의미가 있기를 희망하며 두근댄다.

 

클리세죠.

 

지긋지긋한 클리셰. 여주는 우연한 터치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상대를 좋아하게 되어버린다. 그렇다면, 남주는 어떨까요. 여주가 그러한 특성을 가진 것을 알고 있으며, 터치에 별다른 감정적인 반응을 느끼지 않는다. 남주들은 목석 같은 존재인데, 이것이 매우 멋지고 쿨하고 남자다운 특징인 것처럼 묘사됩니다.

 

여주는 스킨십과 애정표현을 혼동하는데, 남주는 그것을 정확하게 알고 있고 구분하여 행동한다는 설정.

 

현실에서 동의없는 스킨십은 폭력입니다. 그러므로 모두 주의하시길

 

 

6. 부자 여주는 목적지향적인 존재

 

: 부자 여주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움직이는 주체적인 성격으로 설정됩니다. 그 목적이랄 게 남주의 사랑을 얻기 위한 것이라는 한계가 있지만서도.

 

부자 여주도 또한 여주라서 어쩔 수 없이 로맨스라는 운명에 종속된 존재입니다

 

 

7. 부자 여주는 적극적으로 스타일링하는 존재

 

: 부자 여주는 왜 어린아이 같지 않죠. 고전적 클리셰이기는 하지만, 여주는 스트레이트 헤어, 라이벌 여주는 펌 헤어라는 특징을 부여하던 시절도 있었죠. 요즘은 여주나 서브여주나 스타일링을 한 듯 안 한 듯한 자연스런 세팅 웨이브를 지향합니다만.

 

부자 여주는 자신의 매력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스타일링을 하는 특징이 있습니다멋진 착장, 멋진 헤어, 멋진 메이크업. 드레스업 했네요, 라고 금방 알아볼 수 있어요. 하지만, (순수하고 불쌍한) 여주는 늘 한 듯 안 한 듯 꾸미지만, 어쨌거나 예뻐야 합니다. 부자 여주는 명품과 인공미, 메인 여주는 소박함과 자연미라는 설정. 이것을 뒤집는 설정을 본 적이 없네요.

 

인간이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예쁠 수 있다니. 그것은 축복받은 인간 몇몇을 빼고는 불가능한 일이잖아요. 인간이 예쁘지 않을 수 있다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여성이 예쁘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꾸미는 일에는 당연하게도 시간과 비용이 듭니다. 그런데 그런 수고가 드러나도록 예쁘면 안 된다니, 이런 모순적인 설정 그만 하였으면 좋겠습니다.

 

 

8. 술 마셨는데 주사가 귀엽고

 

: 술을 마시고 여주가 정신줄을 살짝 놓으면서 진심을 털어놓고 남주가 그것을 유심히 관찰하며 그녀를 이해하고 좋아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는 설정. 술 마시고 취하면 누구나 개 될 수 있고, 실수할 수 있고, 사건사고의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술 마시고 로맨스 진도 나가는 씬, 제발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9. 첫키스에 반응하는 그녀의 표정

 

: K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의 첫키스는 대부분 뜻밖에 일어납니다. 남주가 먼저 동의없는 키스를 하고, 여주는 깜짝 놀라며 눈을 동그랗게 뜨는 표정을 짓습니다. 그리고, 인형처럼 얼음처럼 신체반응이 일시정지 됩니다. 지금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이 무엇인지 이해 못한다는 듯, 이 일을 대처하지 못한다는 듯.

 

제가 이런 씬을 불쾌하게 여기는 이유는, 여성이 예상치 못한 스킨십에 대처하는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고, 스킨십의 주체가 아니라 반응적으로 행동하는 대상으로 표현되기 때문이고, 이 일이 로맨스로 연결되는 첫단추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여주가 혼자 있을 때 손으로 자신의 입술을 만지며 그 일을 아련하게 그리는 장면은, 원하지 않은 스킨십이라도 키스라는 마법이 로맨스를 불러일으킨다는 편견을 강화하지요.

 

애초에 내가 원해서 키스를 하려고 하고, 상대도 나와의 키스를 원하고, 서로의 무언/유언의 합의가 이루어졌다라는 인지없이 키스를 당하는 일은 폭력입니다.

 

 

10. 여주의 친구는 로맨스 코치

 

: 로맨스에 빠져라, 빠져라, 기도를 하는 게 여주의 친구이죠. 여주의 친구라는 역할은 왜 똑같은 일만 할까요.

 

여주는 왜 친구의 말대로 이런저런 시도를 하였다가, 더 실수하고 더 혼란에 빠지고 더 설레면서 혼자만의 드라마를 만들까요. 지금까지 살아온 인간관계 규칙에 따라 스스로 자신의 로맨스를 결정하면 안 되나요.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참고로 저는 박해진, 박성웅, 김민정, 채정안 배우 정말 좋아합니다. 개성 넘치고 아름다운 배우들이, 비슷비슷한 캐릭터만 하게 만드는 K드라마 월드가 원망스러울 뿐이에요. K 드라마의 로맨스 클리셰들이 현실 연애에서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기만 바랍니다.

 

그럼, 다음 이 시간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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