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클리셰 스터디 38 : K 드라마 클리셰 종합편 -2-

 

본 칼럼에서는 다양한 텍스트들을 통해픽션이 보여주는 연애의 법칙들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드라마 속 연애와 현실의 연애가 얼마나 다른지 차근차근 짚어봅니다.


: *주의* 

1. 특정 드라마를 비판하기 위한 글이 아닙니다

2.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TEXT: [맨투맨]

 

오늘도 한 드라마에서 집중적으로 찾아보는, 로맨스 클리셰 종합편, 계속 이어갑니다.  

 

드라마 [맨투맨]은 박해진, 박성웅, 김민정 배우가 나오는 액션 + 삼각로맨스 + 코미디입니다. 진지한가 하면 웃기고, 웃긴가 하면 액션하고, 액션하다 보면 로맨틱한 분위기를 잡는 전형적인 K 드라마죠. 한 드라마에서 어디까지 로맨스 클리셰를 찾을 수 있을 지 차근차근 짚어봅니다.

 

 

[클리셰 58 : K 드라마 클리셰 종합편 -2-]

 

 

1. 남주는 전문직업인, 여주는 감성과 감정의 히로인 

2. 어른스러운 남자, 아이스러운 여자.

3. 희생 당하는 그녀, 그녀를 구하는 남자.

4. 걸음마를 못하는 그녀

5. 4번에 이어서) 우연한 스킨십 사건사고에 두근두근

6. 부자 여주는 목적지향적인 존재

7. 부자 여주는 명품 스타일링

8. 술 마셨는데 주사가 귀엽고

9. 첫키스에 반응하는 그녀의 표정

10. 여주의 친구는 로맨스 코치



에 이어 계속 넘버링합니다.




 

11. 병풍스런 여성조연들


: 남주는 미모가 아주 독보적이죠훤칠한 키에 백옥 같은 피부, 패션모델 같은 비율에 아름다운 얼굴, 잘 매만진 헤어스타일과 완벽한 수트핏. 어쩌다 상의탈의씬이라도 나온다면 완벽한 복근이시겠죠. 미모천재인 남자주인공이, 그에 걸맞게 아름다움을 휘날리며 화보나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장면은 끝없이 나옵니다.

 

여기서 제가 주목하는 쪽은 병풍 같기도 하고, 팬클럽 같기도 한 여자조연들입니다.

 

우리나라 드라마가 여성조연을 그리는 방법은 한결 같습니다. 꼭 저 배우이지 않아도 상관없고, 꼭 저 대사이지 않아도 상관없는 캐릭터죠철없고, 생각없고, 가볍고, 개성없는 젊은 여성배우들이 그저 남주의 미모를 인정하고 돋보이는 배경으로 소비됩니다.

 

그녀들 또한 분명한 직업인이고, 각자의 개성이 있을 텐데도, 극에서는 완벽하게 배경으로 물러나서 존재하는 여성들. 여성을 이런식으로 소비하는 한국영화, 드라마는 한도끝도 없어요. 예를 들어서 사극이면 기방에서 우르르 등장하는 기녀들이 그렇고, 현대극이면 룸싸롱이나 클럽에 우르르 등장하는 여성들이 그렇죠. 그녀들은 항상 함부로 취급 당하면서도 절대로 항의하지 않으며 금방 사라집니다.


무시해도 되는 여성들과 중요하게 취급되어야 하는 여성들이 따로 있나요. 하지만 드라마는 주인공들이 주변 사람들을 무시하고, 착취하고, 함부로 대하는 장면을 너무나 자주 내보냅니다. 

 

남주와 여주가 드라마에 기여하는 동안, 여성조연들은 우르르 몰려서 참새 합창처럼 비슷비슷한 대사를 겹치다가 프레임 아웃 당하는 일. 과연 마땅한 일일까요. 젊고 만만한 여성을 몰개성하게 바라보는 성차별적 시선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으십니까.

 



 

12. 시도때도 없는 주제가


: 저에게는 K 드라마를 볼 때 가장 폭소가 나오는 지점이 바로 이것입니다. 일단 웃고 시작할게요. 앗하하하하하하하.

 

두 남녀 주인공이, 로맨스를 암시하거나, 로맨틱하다고 설정된 행동을 할 때, 그 핵심이 되는 대사를 딱! 치고 나면, 두 사람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멈칫 하며, 주제가가 빠방 터집니다.

 

드라마가 끝나고 발매될 (혹은 이미 발매되었는 지도) 드라마 O.S.T여주 테마’, ‘남주 테마라는 식으로 부제가 달릴 곡들이 시도때도 없이 나옵니다. 아니, 시청자가 느껴야 할 감정을 지시할 때마다 나옵니다.

 

, 어서 설레어버렷!

, 안타까운 그리움에 젖어버렷!

, 운명 같은 사랑을 느껴버렷!

 

저는 주제가가 빵빵 터질 때마다 극의 몰입을 방해 받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죠. 그래, 이건 픽션이야. 나는 여기서 로맨스 클리셰를 재학습하는 거야.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노래가 들려올 때마다 로맨틱한 기분에 젖어드시나요?

 




 

13. 남자는 취하지 않는다


: 여자가 술을 마시려 하자, 흑기사를 자청하는 남자. 내가 대신 마셔준다는 흑기사 노릇이 20세기말에나 끝난 오버액션인 줄 알았더니, 여전히 유효한 호감 표현인가 봅니다. 술에 약한 여성이 술을 마시려 할 때는, 음주 자체를 말리는 게 도리 아닐까요. 그런데, 남자는 술에 취하지 않으므로 그 술을 대신 다 마셔준다. 의학적으로 말이 안 되는 설정이죠.

 

남자고 여자고 혈관에 알코올 들이부으면 사망합니다. 절대로 따라하지 마십시오.




 

 

14. 남자는 반말, 여자는 존댓말


: 남존여비의 시대가 물러간 지 언제인데, 아직도 이런 설정이 유효한가요. 연장자 혹은 갑을관계의 갑이 존댓말을 쓰는 건 상호존중의 의미에서 바람직한 선택입니다. 그런데, 대충 보니 내가 나이가 많은 것 같고, 내가 좀 강력하게 할 말이 있고, 내가 남자답게 말을 놓아도 될 것 같으니까, 은근슬쩍 말을 놓더라.

 

여자는 아무리 상황이 위급하고 황당하고 답답한 타이밍이라도, 공손하고 조신하게 끝까지 존댓말을 구사하시죠.

 

둘 다 놓든가, 둘 다 높이든가. 둘 중에 하나만 합시다.

 




 

15. 나도 모르는 내 남친


: 남자들이 내 관계를 나와의 합의없이 결정하는 상황이 로맨틱하게 그려지죠. 사귀자고 합의한 적 없는데 내 가족에게 먼저 다가가 남친입니다 선언하는 일, 남친이라는 말에 얼씨구나 김서방하고 설레발을 치는 아버지. 남자들은 남자들만의 유대감, 공감대로 손쉽게 둘만의 카르텔을 만듭니다.

 

두 남자는 관계의 결정권을 가진 여성을 소외시킨 채 화기애애합니다. 그녀는 연애를 합의하지도 않았고, 결혼을 선언한 적도 없으며, 자신의 연애와 결혼에 대한 가치관을 놓고 아버지와 제대로 대화해 본 적도 없습니다. 그녀의 결혼이 결정된 듯 구는 아버지는, 딸을 자신의 소유물로 인식할 뿐 딸 또한 자신 인생의 결정권을 가진 주체라고는 생각을 못 하죠.

 

이런 상황에서 여성은 우물쭈물 할 뿐, 얼레벌레 그 상황을 얼버무립니다. 할 말 다 있을 텐데, 왜 말을 못할까요. 그것은 그녀가 K 드라마 주인공이기 때문이죠. 운명적인 로맨스를 거부할 수는 없으니까요.

 



 

16. 애정표현에 약한 그대 이름은 여자


: 얼렁뚱땅 교제하는 사이가 되었는데, 둘 사이 데이트 몇 번 하고, 제대로 된 대화 몇 번 하였다고, 남자는 시작부터 애정표현에 적극적입니다. 남자가 보고싶다고 하자 곧바로 자신도 그렇다고 응하는 그녀. 보통은 상황이나 자신의 감정을 살피고 의심하고 기다리고 생각도 해보지 않을까요.

 

남자가 가짜로 지어내는 애정표현에도, 여자는 손쉽게 속고 설렌다는 설정. 지긋지긋하네요.

 

우리 오늘부터 1, 애정표현도 스킨십도 오늘부터 OK!

 

이런 공식으로 돌아가는 연애 컨벤션. 경계하십시오. 연애하며 무엇을 언제 할 지는, 잘 생각해보고 결정해야 합니다.

 



 

17. 결혼은 여자의 행복


: 연애한 지 이틀째에 벌써 주변에 자신의 프라이빗한 관계를 공개하는 그녀. 둘의 관계를 얼마나 확신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오빠에게 연애한다고 커밍아웃합니다. 그런데 오빠의 반응이 재밌죠. 입술 주면 다 주는 거라고, 고리짝 사고방식으로 호들갑입니다. 오빠라는 사람은 그녀가 상대 남성과 어떤 스킨십을 하는 지가 오직 관건입니다.

 

여성이 어떤 성적 행동을 하는지에 따라, 여성의 몸에 해당 경험이 마치 낙인처럼 찍혀, 그것으로 그녀의 성적 순결, 성적 가치가 결정된다는 성차별적 사고방식이 전제된 발언이 21세기의 드라마에 아무렇지도 않게 나옵니다

 

게다가 연애한다고만 말했는데, 그녀의 아버지와 똑 같은 반응입니다. 시집을 가겠네 말겠네 설레발입니다. 결혼은 그녀가 결정할 일입니다. 당신이 오빠거나 아빠거나, 제발 남의 인생을 멋대로 결정하지 마세요.

 

오빠의 반응도, 아빠의 반응도, 그녀와 연애하고 결혼하는 일이, 마치 그녀가 태어나기 전부터 결정된 인생의 진리이고, 의미이고, 축복이라는 듯한 태도죠당연한 일이고, 좋은 일이라는 듯 말합니다.

 

하지만, 어떤 결혼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할 사회적 계약이고, 행복한 결혼만큼 불행한 결혼이 많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되죠. 당사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연애와 결혼을 당연한 절차인 양 말하는 것도, 실제로는 매우 무례한 언행입니다.




 

 

18. 아무리 밀어내도 운명은


: 여주는 이미 남주에게 마음 홀딱 빼앗겼으면서도, 겉으로는 최선을 다해서 아닌 척 합니다. 그동안 남주의 거짓말에 속고 고생한 일을 복수하겠다는 듯, 불신을 드러내고 빈정대고 계약서를 흔들어 대지만 어설프기 그지 없죠. 새끼고양이가 하악대고 꼬리 펑 부풀려보았자, 어이쿠 무서울까요.

 

남주와의 관계가 점점 더 밀접해지고 비밀스러워지고 흥미로워지도록, 여주는 자기 인생 자기가 꼬고 있습니다.

 

당분간 그녀는 흥칫핏 하면서 그에게 복수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겠지만, 운명은 어차피 로맨스로 이어지겠죠. 엔딩이 조금도 궁금하지 않은 K 드라마의 전형적인 전개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요. 이제 더 이상 이 드라마에서 K 드라마의 전형적인 로맨스 클리셰가 나오지 않았으면 하지만, 아마도 계속 나오겠죠. 혹시 넷플릭스 보시는 분들은 [드라마 월드] 라는 작품 권해드립니다. 우리가 얼마나 작위적인 K 드라마 로맨스 클리셰를 반복해왔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답니다. 빵빵 터지는 웃음은 보너스예요.

 

그럼 다음 이 시간에 또 만나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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