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클리셰 스터디 39 : K 드라마 클리셰 종합편 -3-


 

 

 

: 본 칼럼에서는 다양한 텍스트들을 통해, 픽션이 보여주는 연애의 법칙들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드라마 속 연애와 현실의 연애가 얼마나 다른지 차근차근 짚어봅니다.

 

: *주의*

 

1. 특정 드라마를 비판하기 위한 글이 아닙니다.

2.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TEXT: [맨투맨]

 

오늘도 한 드라마에서 집중적으로 찾아보는, 로맨스 클리셰 종합편, 계속 이어갑니다.  

 

드라마 [맨투맨]은 박해진, 박성웅, 김민정 배우가 나오는 액션 + 삼각로맨스 + 코미디입니다. 진지한가 하면 웃기고, 웃긴가 하면 액션하고, 액션하다 보면 로맨틱한 분위기를 잡는 전형적인 K 드라마죠. 한 드라마에서 어디까지 로맨스 클리셰를 찾을 수 있을 지 차근차근 짚어봅니다.




 

 

[클리셰 59 : K 드라마클리셰 종합편 -3-]


 

1. 남주는 전문직업인, 여주는 감성과 감정의 히로인 

2. 어른스러운 남자, 아이스러운 여자.

3. 희생 당하는 그녀, 그녀를 구하는 남자.

4. 걸음마를 못하는 그녀

5. 4번에 이어서) 우연한 스킨십 사건사고에 두근두근

6. 부자 여주는 목적지향적인 존재

7. 부자 여주는 적극적으로 스타일링하는 존재

8. 술 마셨는데 주사가 귀엽고

9. 첫키스에 반응하는 그녀의 표정

10. 여주의 친구는 로맨스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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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병풍스런 여성조연들

12. 시도때도 없는 주제가

13. 남자는 취하지 않는다

14. 남자는 반말, 여자는 존댓말

15. 나도 모르는 내 남친

16. 애정표현에 약한 그대 이름은 여자

17. 결혼은 여자의 행복

18. 아무리 밀어내도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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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남자라면 박력 키스


: 팔 잡아 돌려세워 회전력 이용해 휘청이는 그녀의 머리통을 손으로잡고 키스합니다. 이것이 바로 박 to the ! 남자의 박력키스입니다. 이 때 여자는 깨끔발 들고 눈 꼭 감고 애기처럼 서툴게 키스하죠.

 

샤라라라 하며 B.G.M은 로맨스 주제가가 깔리지요. 이런 키스씬에서 대체 무엇을 읽어야 하나요. 언젠가는, K 드라마도 서로가 합의하는 키스, 두 사람이 공평하게 즐거움을 나누는 키스를 보여주는 날 있겠죠.



 

 

20. 눈썹의 다양성은 어디로


: 우리나라 여성들의 메이크업 트렌드는 갈수록 동안, 즉 나이가 몇이든 한살이라도 어려보이기 위한 테크닉을 향해 발전하고 있습니다특히 눈썹이 일자가 되고, 흐릿해지고, 심지어 팔자로 쳐지기 시작하죠. 사선으로 위로 올라가는 눈썹도, 선을 강조하는 가느다란 눈썹도, 반원을 그리던 포물선 눈썹도 없어졌습니다동안을 만들 수 없는 눈썹은 어느새 모두 퇴출되고 말았어요.

 

어린아이처럼 무해하고 순수하고 곤란해하는 표정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눈썹의 개성 따위 중요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눈썹산을 강조하던 갈매기 눈썹도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갈매기 눈썹을 하면, 주변 눈치 안 보고 아무렇지 않게 자기주장할 것 같은 성인 여성의 엣지있는 표정이 완성되죠. 얼굴의 전체적인 인상을 좌우하는 눈썹의 개성을 추구하는 여성이라면, 당연히 자기주장도 하지 않겠습니까.

 

자신의 얼굴이 가진 자연스러운 개성보다 획일적인 미모 트렌드를 추구해야 하는 사회. 얼굴에서부터 나이의 흔적을 감추고 지우기 위해서 안간힘을 써야 하는 사회. 과연 건강한 사회일까요. 당신의 눈썹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합니다.


 

 

 

21. 죽다 살아나는 남자, 눈물로 간호하는 여자


: K 드라마에서 간호하는 씬이 빠진 적이 있을까요. 중요한 큰일하는 남주일수록 죽다 살아나죠. 병원에 가지 않으면서 꼭 여자 옆에서 쓰러집니다. 여자는 의료진이 아니므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고, 그저 마음 아파하고 밤새 곁에 있을 뿐입니다.

 

죽음도 갈라놓을 수 없는 두 사람의 뜨거운 사랑을 강조하기 위해 소비되는 이 씬은, 후유증 같은 건 절대로 보여주지 않습니다. 만약, 다친 부위에서 다시 피가 흘러나오거나 고통을 느끼는 씬이 나온다면, 넌 이미 죽어있다. 그 사람은 곧 죽습니다. 그리고, 주인공도 아니겠죠!

 

아무리 치명상을 입어도 남주는 결코 죽지 않습니다. 주인공은 죽을 수 없기 때문이죠. 총을 맞든, 화살을 맞든, 칼을 맞든, 정확하게 주요장기를 건드리지 않게만 다치기 때문에, 놀랍게도 며칠 만에 일상생활이 가능합니다. 찰과상만 살짝 입어도 새살 돋기까지 얼마나 불편하고 시간이 걸립니까. 그러나, K 드라마 월드에서는, 사소한 의학적 진실 따위 가볍게 넘어갑니다.

 

남주는 강합니다. 불사신입니다. 여주는 속수무책이며 눈물의 여왕입니다. 남주를 대신해서 아파합니다. 남주는 여주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으려 자신의 고통을 숨깁니다.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서도 자세한 정보를 주지 않습니다. 여주는 맥락을 모르면서도, 그저 남주를 믿으려고만 합니다. 여자는 사랑 앞에 맹목적이어야 하고, 그래야, 운명의 여신이 두 사람의 로맨스를 지켜줄 것이기 때문이죠. 예수천국 불신지옥 중에서 불신을 선택하고 천국을 바랄 수는 없잖아요.

 



 

 

22. 버럭대는 남자, 꿀 먹은 여자


: 여주는 남주를 돕고 싶어합니다.하지만, 하는 짓이 어설퍼서 오히려 걱정만 끼칩니다. 남주는 그녀에게 버럭 화를 냅니다. “당신이 나설 일이 아냐!” 이렇게 돕는다며 나서면 오히려 위험하다는 거죠.

 

남주가 화를 내면 여주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란 얼굴로 꿀 먹은 곰돌이 푸우가 됩니다. 소리 질러서, 그것도 반말로 명령하듯 말해서 미안하다고 말해야 할 타이밍에, 남주는 소리 질러놓고 휙 사라지죠. 여주는 상대의 무례함에도 조금도 불쾌해하지 않고, 남주의 기분을 거스른 일을 걱정할 뿐입니다.

 

남주는 나중에서야 화내서 미안하다며 가방을 선물합니다. 그러면서 당신 임무에만 충실해요.” 라고 자신의 요구사항을 전달합니다. 여주는 이 상황의 맥락을 이해할 정도로 주체적이지 않고 상대의 처분만 기다리는 존재이기 때문에 반문합니다. “임무?” 하고 되묻죠.

 

남주는 친절하게 여주의 역할을 알려줍니다. “가방 메고, 예쁘게.” 예쁜 여자친구로 가방 메고 인형놀이나 하라는 거죠. 여친이라는 오브젝트로서 역할에 충실하라는 얘깁니다. 위험하고 대단한 일은 자신의 몫이니까, 그녀가 자세히 알 필요도 없습니다.

 

물론, 남주의 말은 여주가 위험에 빠질 수도 있으니까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하는 부탁입니다.

 

하지만, 이 장면은 가부장적 역할 나누기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씁쓸합니다.

 

우리네 아버지들이 요즘 사업이 어떻게 돌아가냐 묻는 어머니에게 선물을 안기며,“바깥일 당신이 뭘 알아. 집에서 애들이나 잘 키워.” 라고 말문을 막는 전개를 떠올려보세요. 이 남자는 앞으로도 위험한데 나서지 말라며 버럭 화를 낼 지도 몰라요. 나중에 은근슬쩍 사과하며 무마하겠죠. 이 사람이 정말로 안전한 연애상대일까요.

 

내 여자를 보호하려는 남자는 로맨틱하다. 드라마는 이것만 전달하고 싶었을 지도 모릅니다.

 



 

 

23. 직선 제스쳐 남주, 곡선 제스쳐 여주


: 제스쳐의 사용도 남주와 여주는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남주는 절제된 손동작을, 여주는 파닥파닥 동적인 온몸 사용을 보여주죠.

 

두 사람은 작전이라는 미명 하에 데이트를 이어갑니다. 여주가 당신을 믿겠다며 의지를 표명하는 씬에서는, 당신이나 상황에 대해 잘 모르겠지만 복잡한 고민은 싫고 믿고 싶어서 믿는다는 결론을 내리죠. 합리적인 의심과 논리적인 추론에 의해 내린 선택이 아닙니다. 여주는 자신의 심경변화를 설명하는데, 몰라몰라 도리도리를 하거나 두 눈을 질끈 감거나 울망울망한 눈으로 남주를 올려다보거나, 고개짓, 손짓으로 풍부한 감정표현을 합니다. 마치 유치원생의 율동을 보는 듯 하기도 합니다.

 

남주는 조용히 앉아 그녀를 사랑스럽다는 듯 지켜볼 뿐이죠. 불필요한 감정과잉, 동작오버는 없습니다. 침착하고 어른스럽죠. 그래야만, K 드라마의 남자주인공이 될 수 있으니까요.

 


 

 

24. 꽁냥꽁냥, 설렘설렘


: 이것이 바로 꽁냥씬이라는 듯, 라면을 먹는데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대신 잡아주거나 마주보며 뺨을 감싸거나 특정 연애다운행동을 할 때마다 지금 내게 다가와줘~ 알러뷰~” 대충 이런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행동과 표정을 나노 단위로 끊어서 클로즈업하고, 슬로우모션으로 반복하죠.

 

꽁냥씬은 주로 이렇습니다. 남주가 여주에게 어떤 호의를 베푸는 행동을 하고, 여주가 남주의 행동에 반하는 설정입니다. 예를 들어서, 잠이 든 여주의 얼굴 위로 쏟아지는 햇살을 남주가 손으로 가려 그림자를 만들어 준다든지, 스르르 잠드는 여주에게 어깨를 빌려준다든지, 비가 오는데 우산을 여주 쪽으로만 받쳐주어 자신의 한쪽 어깨를 젖게 한다든지, 술에 취했는데 업어주거나, 신발끈이 풀렸는데 묶어주거나, 추운 날 코트를 열어 안아주거나, 여주의 손을 잡고 자신의 외투 주머니에 넣거나, 자신도 추우면서 겉옷을 벗어주거나기타등등 기타등등이 있습니다.

 

K 드라마의 꽁냥씬 스펙트럼은 시청자가 쉽게 예상할 만큼만을 보여줍니다. 익숙한 코드를 수없이 반복하는 것이 로맨스 장르의 미덕이기 때문이겠죠.

 

 

 

25. 진짜는 가짜, 가짜는 진짜



: 극 중 두 사람은 남주의 직업적 이유로 작전’ = ‘(가짜) 연애를 이어가지만, 현실세계에서도 작업’, ‘작전은 흔히 사용하는 연애계 은어입니다. 상대를 유혹하는 위선적이고 전략적인 행위를 작전’, ‘작업이라고 하는데, 이 드라마가 로맨스(진심)를 지향하며 작전(가짜)을 전시하고 있으니 아이러니죠우리는 여기에서 진심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연애적 속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드라마의 포커스는, 가짜인데 진짜처럼 보이려는 목적을 가졌지만, 가짜를 연기하며 사실은 진짜로 사랑에 빠지는 운명적인 로맨스입니다. 연애관계를 선택하며 당연히 상대의 신뢰여부를 검증해야 하건만, 드라마의 특수한 정황 상 남주의 모든 말과 행동은 진짜일 수도 가짜일 수도 있습니다. 진실 여부가 불확실하지만, 여주는 그저 믿는다는 선택만을 반복합니다. 그저 자신의 마음을 따라가기위해서죠. 드라마는, 로맨스를 원한다면 상대를 의심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현실세계에서 적용하기에는 정말로 위험한 메시지죠.

 

만약 드라마가 상대의 신뢰도나 인간성, 가치관을 검증하는 장치를 보여준다면, 현실의 연애인들도 사람을 선택하는 기준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K 드라마는 오직 운명만을 따르므로, 그런 장면을 있을 수가 없죠.

 

 

 

오늘은 여기까지.

 

해당 드라마도 이제 종반으로 접어들어, 반전 아닌 반전으로, 앞서 제시된 떡밥들의 회수로, 바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때문에, 남주와 여주의 로맨스는 더욱 클리셰로 채워지네요. 첩보전도 해야 하고, 브로맨스도 해야 하고, 정경유착과 재벌고발과 악인몰락도 해야 하니까, 로맨스의 진정성을 보여줄 새가 없어서 아쉬울 따름입니다.

 

그럼 다음 이 시간에 또 만나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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