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클리셰 스터디 43 : 언제나 발기 중

* 연애 클리셰 스터디 *

 

 

 

: 본 칼럼에서는 다양한 텍스트들을 통해, 픽션이 보여주는 연애의 법칙들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드라마 속 연애와 현실의 연애가 얼마나 다른지 차근차근 짚어봅니다.

 

 

: *주의*

 

1. 특정 드라마나 영화를 비판하기 위한 글이 아닙니다.


2. 스포일러가 있을수 있습니다.

 


 

 

 

TEXT : 청춘 시트콤 [70년대 쇼/ THAT 70’S SHOW]

 

[70년대]는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수많은 옛날 드라마 중에서, 1020 세대의 연애, 성윤리, 젠더 이미지, 성차별과 혐오를 다양하게 조망한 작품입니다.

 

시트콤은, 1998년부터 2006년까지  8시즌 200편의 에피소드를 남긴 히트작으로, 애쉬튼 커쳐, 밀라 쿠니스, 토퍼 그레이스, 대니 마스터슨 등 젊다 못해 어린 배우들이 본격적으로 인기를 얻게 만든 청춘물이기도 하죠.

 

기본적으로 코미디이기 때문에, 등장인물 한명한명 캐릭터가 뚜렷하고, 대사 한줄한줄이 주옥같습니다만. 21세기의 시청자들이 보기에 1970년대를 살아가는 청춘군상들이, 얼마나 웃펐는지 그리는 작품이기 때문에, 섹스에 집착하거나, 연애 판타지에허우적거리거나, 젠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폭력이 폭력인 줄 모르는 어리석음을 보여줍니다만. 마냥 웃을 수 만은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유는 짐작하시다시피.

 

어리석은 (가상의) 70년대의 청춘들이 저지르던 폭력과 혐오가, 21세기 한국에서도 여전하기 때문이에요. 성차별과 성폭력에맞서 지금까지 인류가 흘려온 피와 땀이 무색하게도, 이 작품 속의 미소지니는 한국의 21세기에도 여전히 굳건합니다.

 

그래서이 작품을 텍스트로 해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젠더 고정관념과 성차별적 혐오의 스크립트를 학습하며 살아가는지 살펴보려고 해요.

 

어떤 젠더를 가졌든 존엄과 안전을 보장받는 평등한 세상을 꿈꾸는 당신이라면, 본 칼럼을 읽어주세요.

 




 

[클리셰 63: 남자라서 언제나 발기 중]



남자클리셰죠. 무엇이 남자를 만드는가남자란 무엇인가. 남자는 여자와 달리 어떤 행동 특성을 가지는가. 어떤 본능을 표출하는가. 어떤 경향성을 보이는가.


사실, 개인의 남성성을 만드는 건, 그 사회의 남성성 스크립트이지 자연의 정해진 법칙이 아닙니다. 젠더는 문화이고, 학습이고, 개인의 수행입니다. 사람들의 젠더 의식이 진화할수록, 그 사회의 젠더 감수성이 발전할수록, 시대와 사회에 따라 각 개인이 어떤 기준을 갖고 말하고 행동하는지가 달라집니다.


젠더가 문화적인 수행이라는 말은, 이런 뜻이에요. 어린 시절에는 누나랑 똑 같은 토끼 방울로 머리를 묶겠다며 떼쓰던 아이가, 유치원에 가서는 분홍색 딸기 우유는 여자 우유라서 못 먹는다고 울게 되는 거죠.


[70년대 쇼]에서 읽을 첫번째 남성성 스크립트는 이것입니다.




남자는 언제나 성적 추구를 게을리하지 않는, 발기하는 동물이다.”




때문에, 드라마에서는 아래와 같은 설정에 따라 비슷비슷한 에피소드가 반복됩니다.

 



1. 모든 여성의 성적대상화



드라마 속 남자주인공들은 전방위적으로 모든 여성들을 향한 성적 욕망을 방출합니다. 아래에 그 카테고리가 있어요.


1) 친구의 엄마/ 엄마의 친구


2) 여자친척


3) 친구의 여자형제


4) 친구의 여자친구 혹은 아내


5) 학교에서 마주치는 선생님/동급생/선배/후배라면 미성년자라도 OK.


6) 직장에서 마주치는 모든 여성들


7) 길거리/상점/병원에서 마주치는 모든 여성들


8) 특정 직업군 : 간호사/스트리퍼/스튜어디스/치어리더/기숙학교 학생 등 특정 유니폼을 입는다면 OK.


9) 내 여자친구는 물론 나의 여사친도 기회만 된다면 OK.     


10) 예외 : 근친일 경우. ex) 나의 엄마/여자형제/


그래도, 예외가 있다는 점에서 드라마 속 세상이 문명사회임을 엿볼 수 있습니다.





 

2. 심리적/물리적 발기 과시



본인의 근친이 아닌 모든 여성들을 성적대상화한 결과, 이들의 말과 행동은 주로 이렇습니다.

 

1) 아래의 대사를, 조금 바보스럽게, 약간 뻔뻔하게, 최대한 자주 시도합니다.


벗어라.”


만지게 해 줘.”


키스해도 돼?”


나랑 자자.”


워후, 섹시한데?”


“(너의 몸을 실수든 고의든 보여주다니) 고마워.”

 

2) 남자들끼리 모여 성적 경험 자랑


3) 남자들끼리 모여 성적 대상 품평


4) 파트너와의 성경험이 없는 친구 소외





 

3. 심지어, 우리는 이럴 때도 섹스를 원해.


이들이 어떤 상황에서 성적 욕망을 느끼고, 섹스를 추구할 수 있는지, 좀더 들여다 보아요. 진정한 남자라면 다소 어려운 여건에서도 성적욕망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답니다. 물론, 이건 모두 드라마가 사용한 젠더 고정관념 컨셉이에요. 현실세계의 남성들이 이러고 있다면큰일이겠죠.

 

1) 아기가 울고 있는 상황에서도, 심지어 저 아이가 내 아이라도, 남자는 섹스가 하고 싶다. 남자는 공감의 동물이 아니기 때문에, 아기를 향한 부성애나 책임감 같은 것을 기대해선 안 된다.


2) 친구가 여자친구와 헤어진 타이밍이야말로, 내가 그녀와 섹스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나는 친구와의 신뢰보다 당장의 섹스가 더 중요하다.


3) 친구의 아내와 단둘이 남겨진다면, 내 손이 내 의지와 달리 그녀의 엉덩이로 달려갈 수도 있다.


4) 내 직업이 치료사지만, 환자가 젊고 섹시한 여성이라면 나는 어쩔 수 없이 유혹 당할 수 밖에 없다.


5) 내 친구의 아내가 스트리퍼라면 나는 그녀와 섹스를 하고 싶은데, 당연한 일 아닌가.


6) 비키니 수영복, 유니폼, 딱 맞는 티셔츠, 미니스커트, 홀터넥 혹은 탱크탑과 속옷, 심지어 여자의 가슴에서 나오는 젖을 담은 

젖병까지도, 나를 발기시키는 물건들이다.


7) 가슴! + 엉덩이! = 여자! = 섹스! 섹스! 섹스!




 

발기하는 남자들이라는 컨셉을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1. 모든 여성에게서 성적 끌림을 느끼는 남자는, 매우 남자답다.


2. 남자가 일단 성욕을 느낀다면, 매우 남자답다.


3. 아주 사소한 단서로도 성욕을 느낀다면, 매우 남자답다.


4. 나의 성적 흥분을 주변 사람들 모두 알도록 표현한다면, 매우 남자답다.


5. 내가 성적 행위를 요구하기 때문에 여성들이 당황해 한다면, 나는 매우 남자답다.




 

자아정체성에서 성적 자아만 비대해져, 자신이 성적 욕망을 느끼는 주체인지 매순간 확인하지 않으면 남자로 살 수 없는 그들은 안쓰럽습니다. 극 중 70년대를 사는 주인공들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성폭력이고 성범죄인지 잘 모릅니다. 여성을 향한 존중도 모르고, 무엇이 성차별인지도 모릅니다. 누구도 지적하지 않으니 잘못을 모르고, 잘못을 모르니 죄책감도 없습니다.


모두들 뭔가 좀 이상하긴 한데 원래 그런 것이려니 하고 살았지요.


하지만, 21세기에는 젠더의식과 젠더감수성, 인권감수성을 고민하며 사는 인구 또한 늘어나고 있지 않습니까. 아니라고 생각한다면혼자 20세기에 머무르지 말고, 빨리 진화하세요.


그럼, 21세기를 사는, 오늘날의 남성들은 어떤 남성성 스크립트를 가져야 할까요.


어려울 것 없습니다. 자신다운 것이 가장 남자다운 것입니다그러므로, 타인을 존중하고, 예의를 갖추고, 성적 추구는 상대와 합의한 상황에서만 하시면 됩니다. 시도때도 없이 발기 중인 걸 전시하지 않으면 됩니다. 함부로 눈알을 굴리지 말고, 멋대로 입을 놀리지 말고, 손과 발을 잘 단속하면 되죠.


아주 쉽죠?


잘 모르시겠다구요? 그냥 사람을 함부로 쳐다보지 말고,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고, 항상 삼가고 조심하면 됩니다. 젠더 의식을 갖춘 인류들은 이미 그렇게 자신과 타인을 보호하고 사랑하며 살고 있답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요.


모두들, 무엇이 바깥에서 온 가짜 남성성이고, 무엇이 내 안의 진짜 남성성인지 고민하는 시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덧글

  • 타마 2017/08/18 08:49 #

    마무리가 좀 아쉽네요. 결국 올바른 남성성을 확립한다는 것 같은데... 그냥 "자기자신은 외부의 젠더의식과 별개로 자기자신일 뿐"으로 정의하는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겨우겨우 젠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데... 굳이 남성성을 확립할 이유가...
    여성적/남성적 이라는 경계(단어)가 불필요한 세대라고 생각합니다.
  • 2017/08/20 20:34 #

    제 글을 오독 하셨네요. 마무리를 다시 한번 읽어보세요. 타마님과 제가 똑같은 얘기 하고 있습니다. ^ㅅ^
  • 타마 2017/08/21 08:17 #

    결론은 같지만 뉘앙스가 좀 다르다는 의미죠~

    [그러므로, 타인을 존중하고, 예의를 갖추고, 성적 추구는 상대와 합의한 상황에서만 하시면 됩니다. 시도때도 없이 발기 중인 걸 전시하지 않으면 됩니다. 함부로 눈알을 굴리지 말고, 멋대로 입을 놀리지 말고, 손과 발을 잘 단속하면 되죠.]
    이건 남여 관계없는 그냥 '바른 인간의 성 가치관'이라 볼수 있겠는데, 여기에 남자답다느니 이게 올바른 남성성 스크립트라고 표현하는게 굳이 필요한가라고 생각한겁니다. 이전 스크립트에 대한 덮어쓰기 세뇌랑 다를게 뭐가 있겠나요.

    '~~성' 이라는 말이나 '~~답다'라는 단어는 또다른 창살을 만든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 2017/08/22 19:15 #

    타마님. 본 포스트는 젠더 고정관념(중에서 남성성)에 대해서 얘기하고, 이후, 그 고정관념을 벗어나자는 내용인데. '바른 인간의 성 가치관', 특별히 남성 젠더 스크립트가 아닌 모든 젠더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는 따로 포스트를 작성하시면 됩니다. 각론에 들어가지 않고, 논제가 구체성을 가질 수 있습니까.

    "자신다운 것이 가장 남자다운 것입니다." 라고 쓴 문장은 안 보이십니까. 인용해주신 [...]의 내용은 사람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행동이죠. 이것이 올바른 남성성 스크립트라고 표현하지 않았습니다. 올바른 남성성 스크립트가 어디 있습니까. 그런 게 없고 자신다우라는 게 요지입니다.
  • 타마 2017/08/23 08:44 #

    본 포스트가 젠더 고정관념(중에서 남성성)에 대해서 얘기하고, 이후, 그 고정관념을 벗어나자는 내용인 것은 확실히 인지하고 내용에도 동의합니다. 단지 "지금까지의 잘못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자! -> 자! 이게 올바른 고정관념이야!"라고 이해되어 당황한겁니다 ㅎㅎ 별로 모든 젠더에 대한 내용을 하고싶은 것은 아닙니다.

    두번째에 대해서는... 제가 딱 말하고 싶은 것이 그겁니다. "자신다운 것이 가장 남자다운 것입니다." 라고 쓴 문장이 이상하다는 겁니다. 탈 고정관념을 하자고 했는데, 결론이 '남자다운' 이라니... 말씀하신 그대로 뒤에 설명하신 부분은(인용한 부분)은 사람으로서 당연히 해야할 행동인데, 그게 왜 '남자다운'이 들어가는지 이해를 못하겠다는 겁니다.
    & 위에 쓰신 [그럼, 21세기를 사는, 오늘날의 남성들은 어떤 남성성 스크립트를 가져야 할까요.]라는건 '밑에 후술할 내용이 올바른 남성성 스크립트다'라는 뜻이 아닌가요? 제가 해석을 잘 못 했다면 죄송합니다.
  • 손짓을취하다 2017/09/08 15:54 #

    타마님 댓글에 공감하네요.

    그리고 엘님 이글루스 자주왔던 저였는데 연애상담소라는 타이틀이 점점 퇴색되가는것 같습니다.
    많이 아쉽습니다...

  • 의지있는 펭귄 2017/09/11 15:00 #

    저 그냥 지나가다가 제 생각 한 번 남겨보아요.. 제가 이해한바로는 타마님말처럼 "오늘날의 남성들은 어떤 남성성 스크립트를 가져야 할까요" 라는 문장 밑에 후술되어 있는 내용은, 사람으로서 당연히 해야할 행동이므로.. 포스팅에서 엘님께서 하고자 하셨던 말씀은.. "이게 올바른 고정관념이야!"가 이나라.. 남성성이라는 신화는 필요없다. 누구라도, 남성성을 고민하고 있는 남성인 당신이라도, 그냥 기본적인 매너를 갖춘 사람이 되는 게 중요하다. 라는 요지가 아닐까요..? 또한 "자신다운 것이 가장 남자다운 것입니다"라고 표현하신 것은 이 포스팅이 남성성, 즉 남자다운 것이란 무엇인가. 그 신화를 자세히 살펴보고 해체해보자.. 라는 취지에서 쓰여진 것이기 때문에, 즉 시작했던 질문이 남자다운 것이 무엇입니까? 였기 때문에.. 결론부분에 그렇게 서술하신 거라 생각이 돼요. 에.. 남자다운 거란 결국 그냥 사람다우면 되는 거기 때문에. 기존에 남자다움이라 여겨졌던 남성스크립트는 신화에 불과하다. 그냥 좋은 사람이 되는 걸로 시작하고.. 본인의 서사는 본인이 써가면 된다.. 남자답다고 싶다고 고민했던 남성들분들에게 본인만의 서사를 쓸 것을 제안하는 글이 아니었나~~ 생각이 됩니다. 제가 말을 깔끔하게 잘 못해서 같은 말 반복이 많고 글이 길어졌는데요.. 저는 좋은 글이라고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오해받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에 글을 남겨보아요.
  • 2017/09/11 19:45 #

    의지있는 펭귄님> ^ㅅ^ 제 글을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른 분들도 의지있는 펭귄님 덧글을 읽으시면 더 이해가 쉬우실 듯 합니다.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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