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클리셰 스터디 46 : 철없는 남자


 

 

: 본 칼럼에서는 다양한 미디어 텍스트들을 통해, 픽션이 보여주는 연애의 법칙들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픽션 속 연애와 현실의 연애가 얼마나 다른지 차근차근 짚어봅니다.

 

 

: *주의*

 

1. 특정 드라마나 영화를 비판하기 위한 글이 아닙니다.

2.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TEXT : 청춘 시트콤 [70년대 쇼/ THAT 70’SSHOW]

 

청춘 시트콤 [70년대 쇼]에서 찾아보는 연애 클리셰, 바야흐로 4번째 시간입니다. 본 칼럼에서는 미디어에서 드러나는, 남자는 이렇고 여자는 이렇다는 뻔하고 낡은 젠더 고정관념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아래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해당 칼럼으로 이동합니다

 


[클리셰 63 : 남자라서 언제나 발기 중] (<- 지난 칼럼)


[클리셰 64 : 여자는 원래 그래] (<- 지난 칼럼)

 

[클리셰 65 : 원래 그런 여자](<- 지난 칼럼)

 

 

[70년대 쇼]를 많이들 챙겨보셨는지 궁금하네요. 미국의 70년대는 래디컬 페미니즘이 사회 전반 곳곳에서 목소리를 내던 시대예요. “가장 사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나 “NO means NO” 같은 캐치프레이즈로, 크고작은 시위를 통해 성차별과 성폭력에 대한 저항의 목소리가 퍼져나가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70년대 쇼]는 당시의 우리들이 얼마나 여성인권에 무지했나 보여주는 좋은 텍스트예요.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모르고, 낯서니까 무섭고, 자신에게 섹스의 기회가 줄어들까 전전긍긍하는 소년소녀들을 보여주죠.

 

극 중 주인공 몇몇이 페미니즘 세미나나 시위에 참석하거나 심리상담을 받는 설정도 나오는데, 당시 대중들의 젠더의식, 인권의식수준을 짐작할 수 있어 흥미진진합니다. 드라마 속 미국의 70년대보다는, 한국의 2017년이 인권의식, 젠더의식이 성숙해야 이론적으로 맞을 것 같은데요. 실상은 별로 달라진 게 없어서 더욱 흥미롭기도 하네요.

 

요번 칼럼에서는, ‘철없는 남자클리셰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철없다는 건, 어린아이처럼 미성숙한 사람에게 쓸 수 있는 표현인데, 유독 성인 남성들은 나이가 몇이든 철없는행동을 할 수 있는 존재로 묘사됩니다. 그럼,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얼마나 철없는지 한번 보실까요!

 

 

[클리셰 66: 철없는 남자]


제가 주목하는 남자들의 철없는 행동들은, 실상은 범죄행위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행동은 고소 당하거나 처벌 받지 않습니다. 행위 당사자가 스스로도 범죄행위라는 자각이 없고, 범죄의 대상이 되는 여성들 또한 좀 곤란하지만 어쩔 수 없지 하고 넘어가기 때문이죠. 무엇이 범죄이고 범죄가 아닌지, 그들은 전혀 구분하려 하지 않습니다.

 

마치 흔히 할 수 있는 장난이나 실수 혹은 남자들의 본능에서 유발된 자연스러운 행동인 것처럼 묘사되는, 범죄 행동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일상이 된 성폭력 범죄 001 “미성년자와 섹스


자신보다 어린 여성들을 어떡해서든 유인해서 성적으로 약취하는 행위가, 남자들이 당연히 즐기는 모험인 것처럼 묘사됩니다. 학교의 신입생, 아르바이트를 하는 곳의 후배, 친구의 동생이나 사촌, 누구라도 상관 없습니다. 먹잇감을 당당하게 물색하고, 성적 대상으로 입방아에 올리고, 단둘이 만나 밀폐된 장소로 데려가는 행동이, 마치 흥미진진한 게임인 것처럼 전개됩니다.

 

성인이, 혹은 같은 청소년들끼리라도, 젠더 권력이 동등하지 않은 관계에서, 섹스를 마치 재밌는 놀이나 어른스러움을 획득하거나 사랑을 증명하는 행위인 것처럼 속이는 일은, 명백히 범죄입니다.

 

그러나, 드라마 속 세상에서는, 사냥하듯 섹스를 구하는 행위가 우당탕탕 청춘 대소동정도가 됩니다. 책임지지 않는 섹스를 신나게 추구한 영향이었던 걸까요. 최근 주요 배역이었던 대니 마스터슨(스티븐 하이드 역)이 최근 성폭력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뉴스도 들려 왔습니다. 무엇이 범죄이고 범죄가 아닌지, 우리 모두 철저한 현실감각을 가져야겠죠.

 

 

일상이 된 성폭력 범죄 002 “가택침입


드라마에서는 또래 여성의 침실에 수시로 몰래 숨어들어 옷장 속에서 그녀를 지켜보는 취미를 가진 주인공도 나옵니다. 극 중 페즈(윌머 발더라마 분)는 다른 문화권에서 온 교환학생으로, 친구들 다 성경험이 있는데 본인만 동정인 것이 콤플렉스입니다. 그는 여성의 사적 공간에 대한 어마어마한 판타지와 페티시가 있고, 그래서 아주 빈번하게 친구 도나의 방에 숨어듭니다.

 

불법 가택침입과 사생활 침해는 범죄이건만, 드라마에서는 너 또 옷장에 들어갔니?” 정도의 밈으로 소비되죠. 그는 아무리 들켜도 포기하지 않고, 도나의 옷장에 들어가기를 반복합니다. 왜냐하면, 한번도 고소 당하고 처벌 받은 적 없기 때문이죠.

 

도나에게 들킬 때, 그는 킥킥 웃으면서 나옵니다. 자신을 철없는 어린아이처럼 꾸미고요, 도나도 한심하다는 듯 혀를 쯧쯧 차고 맙니다.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더군다나 내 친구가 범인이라면, 얼마나 끔찍할까요. 몰래 숨어서 여성을 훔쳐보는 행동은 명백한 범죄행위입니다.

 

 

일상이 된 성폭력 범죄 003 “속옷 절도


팬티나 속옷을 소재로 한 에피소드는 드라마에서 여러 번 반복되는데요. 거의 모든 남성 캐릭터들이, 속옷을 훔치거나, 속옷을 촬영하거나, 란제리나 미니스커트에 흥분하거나, 훔친 속옷을 숨기는 상황을 연출합니다.

 

인격체가 아닌 신체 일부나 특정 물건이나 소품에 성적 흥분을 느끼는 것을 페티시라고 하는데요. 실제로 사람이 존재하지 않아도, 이들은 그저 속옷에 연상되는 여체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분하지요. 그러니까, 이런 연쇄죠.  

 

[성적 대상 => 여자 => 여성의 성기 => 여성의 성기에 닿는 속옷 => 성적 흥분]

 

내 속옷을 몰래 가져가거나 촬영하는 범죄자가 나의 지인이라 상상해보세요. 이게 철없는 행동입니까. 무엇에 성적 흥분을 느낄 지는 그 사람이 알아서 할 바이지만, 자신의 성적 흥분을 근거로 절도를 하면 안 되지요. 팬티를 몰래 훔쳤다고 기뻐하거나 서로의 범죄를 숨겨주거나 너도 가져왔니 공감하면, 이것이 강간문화랍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올립니다.

 

범죄를 희화화하고, 범죄를 장난이나 실수로 가볍게 치부하고, 범죄를 남자들만의 본능이나 자연 법칙으로 만드는 모든 시도들이, 그 자체로 강간문화가 됩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성폭력을, 데이트 폭력을, 부부 폭력을, 가정 폭력을, 직장 내 성희롱과 성폭력을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피해자가 당연히 참고 이해해야 하는 일로 다루어서는 안 됩니다. 범죄가 제대로 범죄로서 처벌 받고, 피해자가 그 일에 맞서는 백 가지 방법이 제시되어야 하며, 시스템이 성폭력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서사들도 이제는 나와야 합니다.

 

왜냐하면, 범죄를 비범죄화하는 시선들이 쌓여서, 강간문화가 되기 때문입니다. 너무 지긋지긋하고 제가 피곤하니까, 이제부터 바꿉시다.

 

강간문화를 종식시키기 위해 오늘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한번쯤 생각하는 시간 가져보아요.

 

그럼, 다음에 또 만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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