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님 :
(아래는 요약 내용입니다.)
저는 일상에서 타인을 의식해서 긴장하는 편입니다.
직장이나 대외적인 발표자리에서나 관공서와 통화할 때, 저보다 상급자와 대화할 때도 어김없이 긴장하고 맙니다. 가끔은 가까운 사람들과도 어색합니다. 심지어 집에 있을 때도 다른 가족이 저에게 말을 걸면, 대답을 하며 상대의 기분을 살피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해요.
달라지고 싶어 공적 말하기에 대한 정보도 찾아보고 공부하고도 있지만, 여전히 긴장을 내려놓기는 쉽지 않습니다.
돌아보면, 말하기뿐 아니라 혼자 있을 때조차 타인을 의식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나도 모르게 자신의 행동을 검열하고 상대가 원하는 말이나 행동을 하려고 합니다. 심지어 간단한 대화에서도 사실과는 정반대로 대답하기도 하고요. 밥을 안 먹었는데 먹었다고 한다든지, 잘 모르는 정보인데 잘 안다고 한 적도 있습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 말하고 표현해도 되는데, 저의 솔직한 모습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싫은 것 같기도 합니다. 매순간을 이렇게 사는 일은 정말 피곤합니다. 그저 나를 편안하게 드러내면서 살고 싶습니다.
N님, 코치 그레잇입니다.
우리가 세상에 태어나 자아를 갖기 전, 내가 우주 공간의 먼지가 아니란 걸 확인하기 위해선 양육자, 즉 타인의 손길과 시선을 빌려야만 합니다. 누군가가 나를 만지고 불러주기 전까지, 우리는 자신 몸의 경계조차 알 수 없습니다. 태어나 처음 갖게 되는 이름은 스스로 지을 수 없고, 내가 어떤 아이인지도 세상이 어떤 곳인지도 스스로 정할 수 없습니다.
내가 나를 인식하는 토대는 처음에는 밖에서 옵니다. 우리는 인간의 언어를 배우며 서서히 내면을 자신의 선택으로 채우기 시작합니다. 생존과 생활과 쾌와 불쾌를 가르는 모든 경험이, 타인과 세상을 견디는 정보가 됩니다. 모든 양육자가 존중과 애정으로 아이를 대하지는 않기 때문에, 우리는 어렵고도 지난하게 자아 자원을 발굴하고 구축합니다.
내가 나를 감시하고 검열하나요. 정도의 차이일 뿐, 우리는 처음부터 자기대상화를 연습하며 생존해 온 걸요. 당연한 일입니다.
때때로 사실과 다른 대답을 하거나, 어색한 행동을 하고 후회하나요?
우리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위선적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100% 솔직하고 자연스럽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용기 있는 자, 얼마나 될까요. 저조차도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타인이 자신을 지켜본다고 인식할 때, 더 도덕적이고 좋은 사람이려고 노력하죠. 누구나 혼자 있을 때는 선을 넘고 바닥을 구르기도 합니다. 겉과 속이 어떻게 다 똑같을 수 있을까요. 매순간, 지금 이 순간도 우리는 어떻게든 변하고 흘러가고 있는 존재인 걸요.
N님의 고민은 '지나친' 긴장입니다.
약간의 긴장은 사회적 생존에 유리합니다. 타인의 평가가 나에게 미칠 부정적인 결과를 예상할 때, 우리는 움츠러들고 맙니다. 인간의 피부는 참 연약합니다. 생존 리스크를 계산하고 대비하는 이유는, 우리에게는 튼튼한 송곳니도 날카로운 발톱도 없어서겠죠.
지나친 긴장을 막아주는 방법은 딱 하나 있습니다. 그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든 나에게도 타인을 평가할 힘이 있단 사실을 기억하는 거죠.
타인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든, 나를 물리적으로 때리고 뭉개지 않는 한, 적어도 내 육체는 죽지 않고 다치지 않습니다. 타인이 나를 바라보거나 평가하거나 지적하거나 판단할 때, 나 역시 똑같은 시간과 에너지를 사용해서 상대를 바라보고 평가하고 지적하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어떤 방식으로든 서로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말로 시선으로 행동으로 서로에게 자신의 영향력을 드러내죠. 그러나, 누가 나를 어떻게 흔들고 바꾸려고 한들, 나의 본질은 바뀌지 않습니다. 나의 존재 의미와 가치는 스스로 결정할 일입니다. 그들이 나를 존중하거나 무시하거나 뭐라고 한들, N님도 그들에게 똑같이 되돌려 줄 수 있죠.
누구나 세상과 타인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갖가지 평가와 재단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려 합니다. 눈 감으면 없어질 세상이 무서워서, 자신이 알고 있는 대로 세상을 재구성하려 애쓰죠. 누군가가 자신을 해치지 않으리라 필사적으로 믿으며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일상을 살아갑니다. 바위 같은 긴장과 불안이 모래알처럼 일상으로 녹아들면, 그것이 어른이 된다는 의미인 지도 모릅니다.
괜찮은 척 하면 결국 괜찮아집니다. 괜찮았는데 어느 날은 세상이 무너질 지도 모르죠. 인간의 차례는 아직 아니지만, 오늘도 지구 상 어느 곳에서는 수많은 생물종들이 종말을 맞이하고 사라집니다. 언젠가 닥칠 위험을 막아보려 애쓰는 건, 인간이라서 가능한 무모한 도전인 지도 몰라요.
다들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때로는 자기통제감에 취하겠죠. 때로는 다 무너졌다가도. 가끔은 불안도 잊고 즐겁겠고. 자주 현실을 잊고 도망을 쳤다가도.
누구도 절대적인 정답 따위 모르고, 세상을 부술 만한 절대적인 권력도 없습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못된 놈이라면, 나 역시 맘만 먹으면 그 정도는 할 수 있죠. 할 수 있는데, 우리의 아름답고 고결한 영혼과 영성을 위해 더 나은 선택을 할 뿐입니다.
N님.
인간은 서로의 목덜미를 잡고 지옥으로 끌고 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반대의 선택도 할 수 있죠. N님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요? 누군가가 N님에게 관대하지 않다면, 그 사람은 스스로 만든 지옥에서 헤엄치는 중일 지도 모릅니다. 스스로 천국을 사는 사람은 주변을 따스하게 물들이죠. 우리는 하루에도 몇번씩 스스로 만든 천국에도 지옥에도 갈 수 있습니다.
세상에는 나만큼 연약한 타인들이 가득하다고 생각해보세요.
오늘 좀 무너지면 어때요. 내일은 또 다를 거예요. 남들의 시선이나 생각이나 판단을 가능한한 쓰루해야, 건강하고 쾌적하게 살 수 있습니다.
저는 오늘도 생각합니다. 쓰루력을 기르자, 세상이 어떻게 덤벼도. 저는 남들에게 휘둘리는 시간이 가장 아깝습니다. N님의 쓰루력도 점점 자라나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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